- 번식·육아·털갈이 모두 해빙에 의존, NASA, 40년 위성자료로 황제펭귄의 변화 추적
- 서식지 옮기며 버티는 황제펭귄, 반복되는 해빙 붕괴에는 적응도 한계
남극의 해빙이 빠르게 변하면서 황제펭귄의 삶도 흔들리고 있다. 번식부터 새끼 양육, 털갈이까지 얼음 위에서 살아가는 황제펭귄에게 해빙 감소는 단순한 서식지 변화가 아니라 생존 조건 자체가 달라지는 문제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지구과학 공식 계정 ‘NASA Earth’는 9월 1일 X를 통해 남극 황제펭귄이 해빙 변화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를 소개했다. NASA는 “남극에 사는 황제펭귄은 번식하고 새끼를 키우며 털갈이를 하기 위해 해안에 붙어 있는 해빙인 ‘고정해빙(fast ice)’에 의존한다”며 위성자료를 통해 과거 해빙 변화와 펭귄 군집의 움직임을 추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게시물은 NASA 지구관측소(Earth Observatory)가 지난 8월 26일 공개한 ‘A Changing World for Emperor Penguins’를 바탕으로 한다. 연구진은 랜드샛(Landsat)이 약 40년 동안 촬영한 남극의 모습을 되짚어보며 해빙이 불안정해졌을 때 황제펭귄이 어디로 이동했고 어떻게 살아남았는지를 살펴보고 있다.
황제펭귄에게 바다 위 얼음은 삶의 터전이다. 남극의 겨울이 시작되면 안정적으로 형성된 고정해빙 위에서 번식하고 알을 품는다. 부화한 새끼들도 충분히 성장해 바다로 나갈 수 있을 때까지 얼음 위에서 생활한다. 성체가 털갈이를 하는 동안에도 안정적인 해빙이 필요하다.
문제는 이 얼음이 예전처럼 안정적으로 유지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NASA에 따르면 남극 해빙은 1970년대 후반부터 2015년까지 비교적 안정적인 수준을 보였지만 2016년 이후 낮은 수준을 보이는 해가 이어졌다. 특히 2022년에는 기록적으로 낮은 해빙이 나타났고, 벨링스하우젠해의 황제펭귄 번식지에서는 심각한 번식 실패가 관측됐다.
당시 조사된 5개 번식지 가운데 4곳에서 새끼들이 충분히 성장하기 전에 해빙이 무너졌다. 어린 황제펭귄은 성체와 달리 방수 기능을 갖춘 깃털이 완전히 자라지 않은 상태다. 얼음이 너무 일찍 사라져 바다에 빠지면 생존하기 어렵다. 해빙이 언제 형성되고 언제 사라지느냐가 황제펭귄의 다음 세대까지 좌우할 수 있다는 의미다.
사라지는 얼음을 따라 움직이는 황제펭귄
그렇다고 황제펭귄이 변화하는 환경에 아무런 대응도 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최근 연구에서 눈에 띄는 것은 이들이 예상보다 유연하게 번식 장소를 옮기며 살아남고 있다는 사실이다.
2026년 발표된 두 연구는 수십 년간 축적된 랜드샛 자료를 거슬러 올라가 황제펭귄 군집의 이동을 추적했다. 연구진은 위성사진에서 펭귄 한 마리 한 마리를 확인하는 대신 수천 마리가 모여 생활하면서 얼음 위에 남긴 배설물 흔적을 찾아 군집의 위치를 파악했다.
독일 프라이부르크대 연구진이 18개 황제펭귄 군집을 분석한 결과, 이들은 기존에 알려진 것보다 평균 17년 전부터 해당 지역에 존재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벨링스하우젠해의 스마일리섬(Smyley Island) 군집이 대표적이다. 약 6,000마리 규모로 추정되는 이 군집은 적어도 1989년부터 존재했던 것으로 위성자료에서 확인됐다. 기존에 알려졌던 것보다 약 20년 앞선 기록이다.
스마일리섬 군집은 2022년 해빙 감소로 큰 타격을 입었지만 사라지지는 않았다. 얼음 환경이 달라지자 해안에 좌초된 대형 빙산 주변 등으로 자리를 옮겼고, 2025년 12월 랜드샛 영상에서도 군집의 존재가 확인됐다.
다른 지역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나타났다. 더럼대 연구진이 약 40년에 걸친 위성자료를 분석한 결과, 메르츠(Mertz)와 SANAE 등 일부 군집은 빙산이 떨어져 나가거나 해빙이 예상보다 일찍 무너지자 인근 빙산이나 만, 빙붕 등으로 이동했다가 환경이 나아지면 기존 번식지로 돌아오기도 했다.
이러한 모습은 황제펭귄이 환경 변화에 어느 정도 대응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하지만 동시에 중요한 질문을 남긴다. 해빙 감소가 일시적인 사건이 아니라 매년 반복되는 일상이 된다면 황제펭귄은 언제까지 새로운 얼음을 찾아 이동할 수 있을까.
한 번의 위기는 견뎌도 반복되는 위기는 다르다
최근 연구들은 바로 이 지점을 우려하고 있다.
올해 국제학술지 Communications Earth & Environment에 발표된 연구에서는 2019~2025년 서남극 위성영상을 분석했다. 그 결과 해빙이 크게 줄어든 2022~2024년 황제펭귄이 털갈이를 할 수 있는 장소가 감소했고, 일부 지역에서는 털갈이가 끝나기도 전에 해빙이 무너진 것으로 나타났다.
번식지가 불안정해지는 것만이 문제가 아니라는 의미다. 새끼를 낳고 키우는 과정부터 성체가 새로운 깃털로 갈아입는 과정까지 황제펭귄의 생애주기 곳곳이 해빙과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NASA가 소개한 연구에 참여한 미셸 라루(Michelle LaRue) 뉴질랜드 캔터베리대 야생동물 생태학자는 한 차례의 번식 실패가 곧바로 한 군집의 소멸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황제펭귄은 장소를 옮기거나 다음 번식기에 다시 번식을 시도하며 위기를 견딜 수 있다.
그러나 번식 실패가 여러 해 반복되면 상황은 달라진다. 새로운 세대가 충분히 보충되지 못하면서 결국 개체군 전체가 감소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황제펭귄의 이동 능력이 희망적인 발견인 동시에 기후변화의 위험을 가볍게 볼 수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두 차례의 해빙 붕괴에는 다른 장소를 찾아 대응할 수 있지만, 남극 전반에서 안정적인 해빙 자체가 줄어든다면 옮겨갈 곳 역시 함께 줄어들 수밖에 없다.
황제펭귄의 이동이 보여주는 남극의 변화
황제펭귄이 살아가는 남극 해안은 사람이 직접 조사하기 쉽지 않은 곳이다. 때문에 수십 년 동안 같은 지역을 반복해서 촬영해 온 랜드샛과 같은 위성자료는 기후변화가 생태계에 남긴 흔적을 확인하는 중요한 기록이 되고 있다.
40년 전 위성사진 속 황제펭귄의 흔적과 현재의 모습을 비교하면 단순히 펭귄의 이동만 보이는 것이 아니다. 얼음이 무너지고 다시 만들어지는 과정, 번식지가 이동하는 모습, 과거 안정적이던 서식 환경이 흔들리는 변화까지 함께 확인할 수 있다.
황제펭귄은 지금까지 얼음이 사라진 곳에서 새로운 얼음을 찾아 움직이며 변화에 대응해 왔다. 그러나 기후변화가 계속돼 해빙 감소가 더 넓은 지역에서 반복된다면 이러한 적응에도 한계가 올 수 있다.
결국 NASA의 장기 위성관측이 보여주는 것은 황제펭귄 한 종의 이야기에 그치지 않는다. 얼음 위에서 살아가는 생물이 서식지를 옮겨가며 버티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남극의 환경이 얼마나 빠르게 달라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신호다.
황제펭귄이 앞으로도 새로운 얼음을 찾아 살아갈 수 있을지는 남극의 해빙이 앞으로 어떻게 변하느냐에 달려 있다. 그리고 그 변화의 배경에는 지구 기후가 얼마나 빠르게 따뜻해지고 있는가라는 더 큰 문제가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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