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한국 경제의 이례적인 호황 국면을 진단하며 "역대급 호황은 그에 걸맞은 상상력과 실행력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반도체와 인공지능(AI) 산업을 중심으로 나타난 고성장이 자산 불평등과 사회적 양극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함께 제기한 것이다.
김 실장은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명목 10% 후반 경제의 환희, 낯섦, 그리고 두려움'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올해 한국 경제가 경험하고 있는 고성장 국면의 명암을 분석했다.
그는 "올해 한국 경제의 명목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두 자릿수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며 "1분기 명목 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17.1%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나라 명목 성장률이 마지막으로 10%대를 기록했던 것은 한일월드컵 열기로 온 나라가 들썩였던 2002년"이라며 "숫자만 놓고 보면 환호할 일"이라고 평가했다.
김 실장은 이번 호황이 단순한 착시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글로벌 AI 투자 확대가 반도체 수요 급증으로 이어지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이 폭증했고, 코스피 지수가 9000선을 돌파했으며 경상수지 흑자와 법인세 수입 증가로 국가 재정 여력도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주가, 영업이익, 세수, 경상수지 등 숫자들이 일제히 좋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며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 달성 시점도 당초 예상보다 앞당겨질 가능성이 커졌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그는 이번 호황의 성격이 과거 고도성장기와는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분석했다.
김 실장은 "1980~1990년대 명목 성장이 국내 물가 상승을 동반한 전방위적 성장의 성격이 강했다면, 지금의 성장은 해외에서 벌어들인 소득과 기업 수익성 개선이 만들어낸 결과"라며 "그래서 이번 호황은 더 진짜인데 동시에 더 낯설다"고 표현했다.
특히 거시지표와 체감경기 사이의 괴리를 우려했다.
그는 "GDP 디플레이터는 10%를 넘겼지만 소비자물가지수(CPI)는 3% 수준에 머물고 있다"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은 폭증하는데 동네 상가는 공실을 걱정하고, 주가는 사상 최고치를 향하는데 폐업을 고민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나라 전체의 평균은 좋아지고 있지만 그 평균이 모든 사람의 현실을 설명해주지는 못한다"며 "평균은 좋아지는데 중간이 흔들리기 시작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김 실장은 향후 시차를 두고 나타날 구매력 확대 효과에도 주목했다.
그는 올해 1분기 실질 GDP 성장률이 3.8%였던 반면 실질 국내총소득(GDI)은 13.2% 증가했다며 "두 수치 간 9.4%포인트 격차는 지난 25년 동안 한 번도 본 적 없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반도체 가격 상승으로 우리가 파는 것의 가격이 우리가 사는 것의 가격보다 훨씬 비싸졌기 때문"이라며 "앞으로 가계와 기업의 손에 들어올 돈이 통계가 보여주는 것보다 훨씬 클 수 있다는 신호"라고 해석했다.
그는 이러한 유동성이 하반기 이후 본격적으로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성과급 지급과 임금 인상이 현실화되고 수출 대금이 국내로 유입되기 시작하면 사람들의 행동도 달라질 것"이라며 "명품 소비가 살아나고 선호 지역 부동산 매수 심리도 다시 꿈틀거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과거 경험을 언급하며 부동산 시장으로의 자금 쏠림 가능성을 우려했다.
김 실장은 "한국 경제는 지난 수십 년 동안 유동성이 결국 어디로 향하는지 집단적인 학습을 해왔다"며 "과거를 돌아보면 이런 돈은 결국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들어가는 경향을 반복해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부동산 과세 정상화는 필요하고 옳은 방향"이라면서도 "이번에는 빚을 내는 사람들이 아니라 현금을 가진 사람들이 움직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세금만으로 충분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금리 정상화 과정에서의 취약계층 부담 가능성도 언급했다.
그는 "금리가 오르면 반도체 성과급을 받은 사람이 아니라 호황을 체감하지 못한 자영업자와 취약 차주, 변동금리 대출자들이 먼저 흔들릴 수 있다"며 "호황의 과실은 위로 향하고 긴축의 고통은 아래로 향하는 것이 가장 불편한 그림"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경제가 좋다는데 왜 나는 이렇게 힘들지라는 질문이 사회 곳곳에서 쌓이기 시작하면 경제 문제는 정치 문제가 된다"며 "역사적으로 가장 어려운 순간은 불황이 아니라 평균은 좋아지는데 중간이 흔들리는 순간이었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현재 상황을 비관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고 평가했다.
김 실장은 "세수가 늘고 경상수지 흑자가 쌓이는 지금은 위기 때처럼 쓸 돈이 없어 발만 동동 구르는 상황과는 다르다"며 "관건은 이 돈을 어디로 흘려보낼 것인가"라고 말했다.
이어 "반도체가 벌어온 국부가 부동산 불로소득으로 흡수되고 성장의 과실이 소수에게만 집중된다면 이번 호황은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며 "재정 여력과 기업 이익을 청년과 취약계층, 미래 산업으로 연결할 수 있다면 이번 호황은 한국 경제가 저성장의 터널을 빠져나오는 출발점이 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끝으로 그는 "숫자는 방향을 보여줄 뿐 선택을 대신해주지 않는다"며 "20여 년 만에 찾아온 기록적인 번영 앞에서 우리는 오랫동안 마주하지 않았던 종류의 선택을 다시 요구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역대급 호황은 그에 걸맞은 상상력을 요구한다"며 "그 상상력을 현실로 옮길 수 있는 실행력이 함께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BEST 뉴스
-
강종일 한반도중립화통일협의회장, 고종의 중립외교, 오늘날에도 유효한 평화전략인가?
“1905년 일본과 체결한 을사보호조약은 조선의 황제가 조인하거나 동의한 일이 없다. 일본이 조선의 재정을 통제하는 것도 부당하다. 조선의 황제는 세계 열강이 조선을 집단적으로 보호·통치하되, 그 기한은 5년을 넘지 않도록 하기를 바란다. 열강이 일본의 조선 침략을 막아주고 조선의 영세중립... -
배경훈 부총리 "샌프란시스코 AI 서밋, 대한민국 AI 도약의 출발점…9,500억 달러 규모 협력 구체화"
▲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샌프란시스코 AI 서밋(San Francisco AI Summit)' [사진=배경훈 X]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25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X를 통해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샌프란시스코 AI 서밋(San Francisco AI Summit)'의 성과를 소개... -
이재명 대통령 "루마니아와 방산·원전·인프라 협력 확대"… NATO 정상회의 계기 정상외교 성과 강조
▲ 이재명 대통령과 니쿠쇼르 단 루마니아 대통령이 담화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이재명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를 계기로 가진 루마니아 정상과의 첫 회담 성과를 소개하며 양국 간 방위산업과 원자력, 인프라 분야 협력을 더욱 확대해 나가겠다는 뜻을 밝혔... -
김용민 의원 "검사 수사권 일부라도 남기면 별건수사 반복…완전 폐지 필요"
▲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X에 올린 이미지 [사진=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X]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경기 남양주병)이 검찰에 보완수사권 등 일부 수사권이라도 남겨둘 경우 별건수사와 직접수사가 계속 확대될 수 있다며 검찰 수사권의 완전한 폐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 -
이재명 대통령 몽골 국빈방문, 경제안보와 평화외교 아우른 '실용외교' 성과
▲ 이재명 대통령의 몽골 방문 기록 사진 [사진=청와대] 이재명 대통령의 몽골 국빈방문이 경제안보와 평화외교를 동시에 강화한 실용외교의 성과로 평가받고 있다. 이번 순방은 단순한 정상 간 친선 방문을 넘어 핵심광물 공급망 확보와 경제협력 확대, 한반도 평화를 위한 외교적... -
한준호 의원 "경제성장 전략·재정 우선순위 뒷받침… 민주당, 이재명 정부와 한몸처럼 뛰겠다"
▲ 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제성장 전략과 국가 재정 운영 방향을 논의하는 당정협의와 국가재정전략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한준호 X] 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제성장 전략과 국가 재정 운영 방향을 논의하는 당정협의와 국가재정전략회의에 참석한 뒤, 정부의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