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외교·안보 정책의 핵심 실세로 꼽혀온 김태효 전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1차장이 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한 내란 혐의로 구속되면서 특별검사 수사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법원이 증거인멸 우려를 이유로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 특검은 계엄 선포 직후 대통령실 외교안보라인이 해외 우방국을 상대로 계엄의 정당성을 설명하려 했다는 의혹과 당시 지휘 체계 전반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은 10일 김 전 차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뒤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김 전 차장은 내란중요임무종사와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를 받고 있다.
"계엄 정당화" 대외 메시지 전달 의혹
특검은 김 전 차장이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 직후 외교부 실무라인을 통해 미국을 비롯한 주요 우방국에 계엄의 필요성과 정당성을 설명하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과정에 깊숙이 관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해외에 전달된 것으로 알려진 설명자료에는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한 조치", "헌법 질서 안에서 이뤄진 대응"이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은 이러한 설명이 단순한 외교적 상황 공유가 아니라 국제사회의 이해와 지지를 확보하기 위한 조직적인 대응이었다고 판단하고 있다.
수사의 핵심은 이러한 대외 홍보가 누구의 지시와 승인 아래 이뤄졌는지 여부다.
특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계엄 선포 직후 신원식 당시 국가안보실장과 김태효 전 차장에게 우방국을 상대로 계엄의 배경을 설명하도록 지시했을 가능성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이를 위해 특검은 지난 4월 김 전 차장의 자택과 대학 연구실 등을 압수수색하며 관련 자료를 확보했고, 대통령실과 국가안보실 관계자들에 대한 조사도 이어왔다.
국정원 개입 여부도 수사 확대
특검은 국가안보실에서 작성한 계엄 관련 설명자료가 국가정보원을 거쳐 미국 정보당국에 전달됐다는 의혹도 함께 수사하고 있다.
수사 대상에는 당시 조태용 국가정보원장과 홍장원 국정원 1차장이 포함돼 있으며, 계엄 직후 국가정보원과 국가안보실이 국제사회 대응을 위해 어떤 역할을 했는지 규명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특히 미국 중앙정보국(CIA) 등 정보기관과의 접촉 과정에서 계엄을 정당화하는 설명이 실제 전달됐는지 여부도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엇갈린 주장
이번 의혹은 지난해 정동영 당시 국회의원(현 통일부 장관)의 폭로에서 시작됐다.
정 장관은 김 전 차장이 계엄 해제 직후 필립 골드버그 당시 주한 미국대사에게 전화해 "입법 독재로 국가 시스템이 무너져 계엄이 불가피했다"는 취지의 설명을 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김 전 차장은 골드버그 대사와 통화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대사가 먼저 연락해 왔으며 '상황을 함께 지켜보자'는 정도의 대화만 나눴을 뿐 계엄을 정당화하는 발언은 하지 않았다"고 일관되게 반박해 왔다.
윤석열 정부 외교안보 핵심 인물
김 전 차장은 윤석열 대통령 후보 시절 외교안보 공약 수립에 참여한 대표적인 외교안보 전문가다. 정부 출범 이후 국가안보실 1차장을 맡아 한미동맹 강화, 한미일 안보협력, 인도·태평양 전략, 대북정책 등 외교·안보 분야 전반을 총괄하며 윤석열 정부 외교안보 정책의 실무 책임자로 활동했다.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사태 이후 파면된 뒤에는 대학으로 복직해 교수로 재직해 왔으나, 특검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다시 사법 절차의 중심에 서게 됐다.
특검 수사 향방은
법조계는 이번 구속을 특검 수사의 결정적인 전환점으로 평가하고 있다.
핵심 피의자의 신병을 확보한 특검은 향후 김 전 차장을 상대로 계엄 선포 전후 대통령실 내부 의사결정 과정과 외교안보라인의 대응 경위, 해외 홍보 지시 체계 등을 집중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당시 국가안보실과 외교부, 국가정보원 사이의 협조 체계와 문건 작성·전달 과정,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보고 및 지시 관계도 수사의 핵심 대상이 될 전망이다.
특검의 1차 수사 기한은 오는 24일까지지만, 국회에서는 수사 기간을 30일 연장하는 특검법 개정안이 추진되고 있다. 수사 기간이 연장될 경우 특검은 대통령실 외교안보라인 전반에 대한 추가 소환과 관계자 조사, 관련 문건 분석 등을 이어가며 비상계엄 당시 국가기관의 대응 과정을 보다 폭넓게 규명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김 전 차장 구속이 향후 윤석열 정부 당시 외교·안보 의사결정 과정에 대한 수사의 범위를 더욱 확대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반면 김 전 차장 측은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어 향후 법정에서 치열한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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