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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브루클린에 등장한 ‘방주’…동물 조각이 도시의 기억과 환경을 만나다

  • 윤재훈 기자
  • 입력 2026.08.12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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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워하우스 아트의 '방주'에서 야생은 신성하다 [사진=Art Form]

 

뉴욕 브루클린 고와너스 운하(Gowanus Canal) 인근에 자리한 거대한 붉은 벽돌 건물이 동물들의 세계로 변했다. 예술·제작 복합공간인 파워하우스 아츠(Powerhouse Arts)에서 열리고 있는 단체전 「The Ark」는 동물을 주제로 한 조각과 설치작품 약 90점을 한 공간에 모아 인간과 비인간 생명, 도시와 자연, 환경 변화의 관계를 바라보게 하는 전시다. 전시는 2026년 6월 11일 시작돼 8월 30일까지 이어진다.


이번 전시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방주’라는 제목이 불러오는 성서적 이미지와 전시가 놓인 장소의 역사다. 「The Ark」는 노아의 방주와 대홍수의 신화를 직접적으로 차용한다. 그러나 전시가 말하는 ‘홍수’는 단순히 과거의 종교적 서사에 머물지 않는다. 전시는 대홍수를 오늘날의 환경적·사회적 격변을 바라보는 은유로 확장하면서, 위기에 처한 동물과 인간의 관계를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보도록 한다.


전시는 작가 에릭 피슐(Eric Fischl)과 파워하우스 아츠 회장 에릭 샤이너(Eric Shiner)가 공동으로 큐레이션했다. 두 사람은 동물을 단순한 자연의 대상이나 환경 위기의 상징으로만 다루기보다 인간이 동물과 맺는 감정적·문화적 관계에 주목한다. 전시장에 놓인 동물들은 때로는 관찰의 대상이지만, 동시에 인간에게 질문을 던지는 존재로 기능한다. 환경 문제를 위기와 재난의 언어만으로 설명하기보다 경외와 돌봄, 공감, 생명의 상호의존이라는 보다 직접적인 감각을 통해 바라보게 하는 것이다.


약 90점에 달하는 작품들은 하나의 재료나 특정한 조각 양식에 묶이지 않는다. 청동과 금속, 나무, 섬유, 혼합재료 등 다양한 방식으로 만들어진 동물 형상들이 거대한 전시장 안에서 서로 다른 존재감을 드러낸다. 프랑수아자비에 랄란(François-Xavier Lalanne)의 「Grand Oiseau de Nuit」, 키키 스미스(Kiki Smith)의 「Sentry」, 데버라 버터필드(Deborah Butterfield)의 「Whitebark」, 다니엘 피르망(Daniel Firman)의 「Le Sommeil en Forêt」를 비롯해 제프리 깁슨(Jeffrey Gibson), 나리 워드(Nari Ward), 왕게치 무투(Wangechi Mutu) 등의 작품도 이번 전시에 포함됐다.


전시장 자체도 작품 못지않게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The Ark」가 들어선 파워하우스 아츠의 그랜드 홀은 약 2만2,517제곱피트 규모의 기둥 없는 거대한 공간이다. 이곳은 원래 브루클린의 전차와 철도 시스템에 전력을 공급하던 발전소의 터빈 홀이었다. 건물은 1904년 브루클린 래피드 트랜짓(Brooklyn Rapid Transit)의 발전소로 지어졌으며, 이후 폐쇄와 방치를 거치면서 지역 그래피티 예술가들이 모이는 장소가 됐고 ‘배트케이브(Batcave)’라는 별칭을 얻었다.


이러한 건축적 배경 때문에 「The Ark」는 단순히 동물 조각을 모아놓은 전시 이상의 맥락을 갖는다. 고와너스 운하는 오랫동안 산업화의 흔적과 환경오염이 축적된 지역이었다.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2010년 고와너스 운하를 연방 슈퍼펀드(Superfund) 정화 대상지로 지정했고, 이후 오염된 퇴적물과 토양에 대한 정화 작업이 진행됐다. 한때 산업시설과 폐기물로 대표되던 장소가 현재는 예술과 문화, 주거와 도시재생이 교차하는 공간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전시 제목에 등장하는 ‘방주’는 전시장 안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과거 산업시설이었던 공간에 동물 조각들이 들어서면서 이 건물 자체가 인간이 만들어낸 산업문명과 자연환경의 관계를 되돌아보는 하나의 무대가 된다. 고와너스의 환경적 과거와 현재의 도시재생을 배경으로 동물들이 등장한다는 점에서 작품과 장소의 역사 사이에도 자연스럽게 긴장이 형성된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일부 소개에서 표현되는 것처럼 동물 조각들이 고와너스 운하 일대 야외 공간 전체를 점령한 것은 아니다. 공식 전시 장소는 파워하우스 아츠의 그랜드 홀이며, 동물 조각과 설치작품 대부분은 이 거대한 실내 공간에서 관람할 수 있다. 다만 전시와 연계된 프로그램이 고와너스 지역의 공원과 주거지역 등으로 확장되면서 ‘방주’라는 개념이 지역사회와 연결되고 있다.


실제로 파워하우스 아츠는 전시 기간 동안 「The Ark」를 중심으로 지역 주민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8월 14일에는 NYCHA 고와너스 하우스에서 재활용 재료와 일상적인 물건을 활용해 동물 인형을 만드는 프로그램이 예정돼 있으며, 8월 22일에는 예술가와 환경운동가, 과학자, 농부, 이야기꾼, 공연예술가, 지역 주민 등이 참여하는 하루짜리 행사 「Deluge」도 열린다. 전시가 미술관 안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역의 생활공간과 연결되는 방식이다.


이러한 접근은 파워하우스 아츠가 추구하는 공간의 성격과도 맞닿아 있다. 이 기관은 단순한 전시장이 아니라 예술가와 제작자, 교육자, 지역사회가 함께 작업하는 비영리 예술 제작센터다. 특히 금속, 목공, 도자, 판화 등 다양한 제작 시설을 갖추고 있어 예술작품의 완성된 결과뿐 아니라 제작 과정과 재료, 노동 자체를 중요한 예술적 가치로 바라본다.


결국 「The Ark」에서 동물은 단순한 조각의 소재가 아니다. 코끼리와 새, 소, 고릴라 등 다양한 동물의 형상은 인간이 자연을 바라보는 방식과 생명에 부여하는 의미를 비추는 거울에 가깝다. 특히 환경오염과 도시개발의 역사를 가진 고와너스라는 장소에서 동물 조각을 마주한다는 것은 자연과 도시가 서로 분리된 세계가 아니라는 사실을 환기한다.


한때 전력을 생산하던 산업시설이 버려진 ‘배트케이브’를 거쳐 예술 제작과 전시의 중심으로 다시 태어난 것처럼, 고와너스 역시 산업과 오염의 기억 위에서 새로운 도시 생태계를 만들어가고 있다. 「The Ark」는 바로 그 변화의 한가운데서 인간만을 위한 도시가 아니라 인간과 다른 생명체가 함께 살아가는 공간을 상상하게 한다.


그래서 이번 전시의 ‘방주’는 재난을 피해 동물을 싣고 떠나는 배라기보다, 이미 변화하고 있는 도시 안에서 인간과 비인간 생명이 어떻게 공존할 것인가를 묻는 하나의 은유에 가깝다. 8월 30일까지 이어지는 이 전시는 동물 조각을 감상하는 경험을 넘어 산업도시의 기억과 환경문제, 예술의 사회적 역할을 한 공간에서 마주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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