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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머리에 분홍빛 가슴…호주 숲을 물들이는 작은 새 ‘핑크로빈’

  • 이미선 기자
  • 입력 2026.10.05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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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주 남동부의 서늘하고 습한 숲에 서식, 수컷은 짙은 상체와 선명한 분홍색 깃털이 특징
  • 색소와 깃털의 미세구조가 만들어내는 새들의 다양한 색, 짝짓기·의사소통·생존에도 중요한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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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류 사진을 소개하는 X 계정 ‘Birds Colour’는 4일 오후 호주 남동부에 서식하는 핑크로빈(Pink Robin)의 모습을 소개했다. 성체 수컷은 짙은 머리와 등, 선명한 분홍빛 가슴과 배가 대비를 이루는 것이 특징이다. [사진=Birds Colour X]

 

검은색에 가까운 머리와 등, 그 아래로 이어지는 선명한 분홍빛 가슴. 호주 남동부 숲에 사는 작은 새 ‘핑크로빈(Pink Robin·Petroica rodinogaster)’은 이름 그대로 독특한 색의 조합을 보여주는 새이다.


조류 사진을 소개하는 X 계정 ‘Birds Colour’는 4일 오후 핑크로빈의 모습을 공개하며 이 새가 호주 남동부의 서늘한 산림 지역에서 주로 발견된다고 소개했다. 울창한 숲의 하층부를 조용히 오가며 곤충을 찾아 먹는 작은 조류이다.


핑크로빈은 몸길이가 약 13㎝ 정도로 작은 편이다. 특히 성체 수컷은 머리와 목, 등 부분이 짙은 회흑색을 띠고 가슴과 배는 선명한 분홍색을 보여 강한 대비를 이룬다. 암컷은 수컷과 달리 전체적으로 올리브색을 띤 갈색이나 회갈색에 가까워 상대적으로 차분한 모습이다.


이처럼 같은 종의 암수 사이에서도 깃털색이 뚜렷하게 달라지는 현상을 ‘성적 이형’이라고 한다. 조류에서는 몸의 크기나 형태뿐 아니라 색과 무늬가 암수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핑크로빈의 화려한 모습은 새들이 지닌 다양한 색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에도 관심을 갖게 한다.


새의 깃털색은 크게 색소와 깃털 자체의 미세한 구조에 의해 만들어진다. 대표적인 색소인 멜라닌은 검정과 갈색, 회색 계열의 색을 만드는 데 관여한다. 깃털에 색을 더하는 동시에 깃털을 단단하게 만들어 마모에 견디도록 하는 역할도 한다.


노란색과 주황색, 붉은색 계열의 깃털에서는 카로티노이드가 색을 만드는 데 관여하는 경우가 많다. 카로티노이드는 새가 먹이를 통해 얻은 뒤 체내에서 흡수하거나 변형해 깃털에 축적한다. 먹이와 건강 상태가 일부 조류의 깃털색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색소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색도 있다. 파란색이나 보는 방향에 따라 빛깔이 달라지는 일부 무지갯빛은 깃털 내부의 미세한 구조가 빛을 선택적으로 반사하거나 산란시키면서 나타난다. 이를 ‘구조색(structural coloration)’이라고 한다. 벌새의 반짝이는 깃털처럼 색소와 빛의 물리적 작용이 함께 만들어내는 색도 있다.


새에게 깃털의 색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다. 같은 종의 개체를 구별하거나 짝을 선택하고 상대에게 신호를 보내는 데 활용되며, 주변 환경에 몸을 숨기는 위장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새들이 바라보는 색의 세계는 인간과도 다르다. 많은 조류는 인간이 볼 수 없는 자외선 영역까지 감지할 수 있다. 사람의 눈에는 비슷해 보이는 깃털도 새에게는 전혀 다른 색과 무늬로 인식될 수 있다.


다만 핑크로빈 수컷의 분홍색이 정확히 어떤 색소와 깃털 구조에 의해 만들어지는지는 일반적인 조류의 색채 형성 원리만으로 단정하기 어렵다. 개별 종의 깃털을 분석한 연구를 통해 확인해야 할 부분이다.


화려한 깃털은 사람의 눈에는 아름다운 색으로 먼저 다가오지만, 자연에서는 오랜 진화 과정에서 형성된 하나의 생존 방식이기도 하다. 호주 숲속을 조용히 오가는 핑크로빈의 작은 몸에도 새들이 색을 이용해 살아온 진화의 흔적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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