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제 연구진, 화석 기록의 공백과 분자시계 분석, 동물 기원 7억~8억 년 전으로 추정
- 초기 동물 화석으로 남기 어려웠을 가능성, ‘눈덩이 지구’ 전후 생존과 진화 과정에도 새로운 질문
지구에 동물이 처음 등장한 시기가 현재 화석으로 확인되는 시점보다 최대 2억 년가량 앞설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초기 동물이 약 7억~8억 년 전부터 존재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으로, 동물 진화의 시작점을 둘러싼 기존 논의에 새로운 근거를 더했다.
자연과 동물 관련 소식을 전하는 X 계정 ‘Nature is Amazing’은 5일 이 같은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영국 옥스퍼드대학교를 비롯해 미국 예일대학교와 UC 버클리, 스위스 취리히연방공대(ETH Zürich) 등의 연구진이 참여한 연구로, 지난 2일 국제학술지 ‘Science Advances’에 발표됐다.
현재 널리 인정되는 가장 오래된 동물 화석은 약 5억7400만 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하지만 생물의 유전적 차이를 토대로 공통 조상이 존재했던 시기를 추정하는 ‘분자시계(molecular clock)’ 연구에서는 동물의 기원이 이보다 훨씬 오래됐을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번 연구는 화석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해당 시기에 동물이 존재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는지를 다시 살폈다.
연구진이 주목한 곳 가운데 하나는 중국의 약 5억9000만 년 전 지층에서 발견된 ‘웡안 생물군(Weng'an Biota)’이다. 이곳에서는 미세한 생명체가 정교하게 보존돼 있지만 명확한 동물 화석은 확인되지 않았다. 그동안 이러한 기록은 동물이 이 시기보다 훨씬 이전에 등장했을 가능성을 제한하는 근거로 활용돼 왔다.
그러나 몽골의 ‘케센 생물군(Kheseen Biota)’을 분석하면서 다른 가능성이 제기됐다. 케센 생물군 역시 미세화석이 잘 보존돼 있지만 뚜렷한 동물 화석은 발견되지 않았다. 반면 같은 시기 다른 지역에서는 동물이 이미 존재했다는 화석 증거가 확인된다.
특정 지역에서 동물 화석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해서 당시 지구상에 동물이 없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의미다. 화석이 만들어지고 수억 년 동안 보존되는 과정 자체가 매우 제한적인 만큼 화석 기록에는 필연적으로 공백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이 같은 한계를 고려해 화석 자료와 유전적 증거를 다시 분석하고 분자시계 모델에 적용했다. 그 결과 동물의 공통 조상이 약 7억~8억 년 전에 존재했을 가능성이 제시됐다. 이는 명확한 동물 화석이 나타나는 시점보다 최대 약 2억 년 앞선다.
이 시기는 지질학적으로 신원생대에 해당한다. 특히 지구 상당 부분이 얼음으로 뒤덮였던 것으로 추정되는 이른바 ‘눈덩이 지구(Snowball Earth)’ 시기와도 맞물린다. 연구 결과가 맞는다면 초기 동물이 극심한 기후변화 이전에 등장했거나 빙하기를 거치며 생존했을 가능성까지 살펴봐야 한다.
다만 이번 연구가 7억~8억 년 전 동물의 화석을 직접 발견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화석 기록의 한계를 검토하고 유전적 증거와 진화 모델을 결합해 동물의 기원 시기를 추정한 결과인 만큼, 정확한 출현 시기를 확정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증거가 필요하다.
초기 동물의 몸이 작고 연한 조직으로 이뤄져 화석으로 남기 어려웠을 가능성도 있다. 이 때문에 연구자들은 오래된 지층의 미세화석뿐 아니라 고대 생명체가 남긴 화학적 흔적과 유전적 자료 등을 함께 활용해 초기 동물의 역사를 추적하고 있다.
연구에 참여한 예일대 고생물학자 데릭 브릭스(Derek Briggs)는 동물이 언제 처음 등장했는지를 규명하는 것이 진화 속도와 생물학적 변화가 일어난 시점, 이후 다양한 동물군이 출현하게 된 과정을 이해하는 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우리가 화석에서 처음 만나는 동물이 실제 ‘최초의 동물’은 아닐 수 있다는 가능성을 다시 보여준다. 동물의 역사가 화석 기록보다 훨씬 오래됐다면, 초기 생명체가 어떤 모습으로 존재했고 극심한 지구환경의 변화를 어떻게 지나왔는지가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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