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바마 “정부에 책임 물을 기회”, 트럼프 “무능한 대통령” 맞대응하며 공방 격화
- 경제 불안·이란 전쟁·종교 논쟁까지 선거 쟁점으로, 11월 3일 중간선거, 미국 권력 지형의 분수령
미국 중간선거를 불과 일주일여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연일 상대를 비판하며 선거전에 뛰어들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외교 정책과 국정 운영을 비판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오바마의 재임 시절 성과를 문제 삼으며 반격했다. 두 사람의 충돌은 미국 중서부의 핵심 경합지인 미시간주에서 더욱 뚜렷해졌다.
오는 11월 3일 치러지는 중간선거는 트럼프 대통령의 두 번째 임기 전반기에 대한 유권자들의 평가이자, 남은 임기 동안 의회 권력의 향방을 결정할 정치적 분기점이다. 이번 선거를 앞두고 전·현직 대통령이 직접 유세 현장에 나선 것은 그만큼 선거 결과가 향후 미국 정치에 미칠 영향이 크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하루 간격으로 미시간 찾은 두 대통령
오바마 전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와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서 민주당 후보들을 위한 지원 유세에 나섰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25일 미시간주 포트휴런을 방문해 공화당 후보들을 지원했다.
로이터통신과 AP통신에 따르면 오바마 전 대통령은 유세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부패 의혹과 경제 정책, 이란 전쟁 등을 집중적으로 비판했다. 그는 이번 중간선거를 행정부의 권한을 견제하고 정부에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기회로 규정했다.
특히 선거를 전기회로의 과부하를 막는 '차단기(circuit breaker)'에 비유했다. 의회의 견제 기능을 강화해 행정부의 정책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는 의미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26일 자신의 X에도 “이제는 변화가 필요한 때(It’s time for a change)”라는 글을 올리고, 미시간주 연방 상원의원 후보 압둘 엘사예드(Abdul El-Sayed)와 주지사 후보 조슬린 벤슨(Jocelyn Benson)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 트루스소셜을 통해 오바마 전 대통령을 '매우 무능했던 대통령'이라고 비난했다. 오바마 행정부의 이란 핵 합의와 과거 민주당 대선 후보 지원 활동을 거론하며 그의 정치적 영향력을 깎아내리는 데 집중했다.
이러한 공방은 단순한 개인적 갈등을 넘어 중간선거를 바라보는 양당의 전략 차이를 드러낸다. 민주당은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견제와 책임을 강조하는 반면, 공화당은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영향력을 활용해 지지층의 결집을 도모하고 있다.
왜 미시간인가…상원 다수당을 둘러싼 경쟁
두 사람이 잇따라 미시간주를 찾은 배경에는 연방 상원의원 선거가 있다.
미시간에서는 은퇴하는 민주당 게리 피터스 상원의원의 후임을 선출한다. 민주당 후보 압둘 엘사예드와 공화당 후보 마이크 로저스(Mike Rogers)가 맞붙는 이번 선거는 상원 다수당 구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주요 경합으로 꼽힌다.
현재 공화당은 상원 53석을 확보하고 있으며 민주당과 민주당 성향 무소속 의원들이 나머지 47석을 차지하고 있다. 민주당이 상원 다수당을 확보하려면 전체 선거 결과에서 상당한 의석 변화가 필요하다.
미시간은 미국 자동차 산업의 중심지이자 제조업 노동자들의 정치적 선택이 중요한 지역이다. 전통적으로 민주당의 노동조합 기반이 강했지만, 최근 여러 선거에서 공화당도 경쟁력을 보여왔다.
특히 캐나다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미시간 경제는 자동차 부품과 완성차의 국경 간 공급망에 크게 의존한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지역 산업과 고용에 미치는 영향이 선거 쟁점으로 떠오른 이유다.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캐나다 관세 정책이 디트로이트 자동차 산업에 부담을 주면서 공화당 후보 로저스도 해당 정책과 일정한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였다고 전했다.
미시간 선거는 전국적인 정치 구호뿐 아니라 관세와 물가, 제조업 일자리 등 유권자의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문제를 둘러싼 경쟁이기도 하다.
이란 전쟁과 경제 불안, 선거의 핵심 쟁점으로
이번 선거전에서 두드러지는 또 다른 쟁점은 이란 전쟁과 그에 따른 경제적 부담이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트럼프 행정부의 이란 정책이 불필요한 갈등을 확대하고 국제 에너지 시장의 불안을 키웠다고 비판했다.
특히 이란과의 군사적 충돌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원유 수송에 영향을 미치면서 미국 소비자들에게도 비용 부담을 안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주요 원유 수송로 가운데 하나다. 이 지역의 군사적 긴장은 국제 유가와 해상 운송비, 에너지 공급망에 영향을 줄 수 있으며, 이는 미국 내 휘발유 가격과 물가에도 연결된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트럼프 행정부가 경제 문제 해결보다 정치적 갈등과 대외 군사행동에 집중하고 있다는 취지로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맞서 오바마 행정부가 추진했던 이란 핵 합의를 문제 삼았다. 과거 민주당 정부의 대이란 정책이 미국의 안보를 약화시켰다는 것이 트럼프 측의 주장이다.
두 사람의 공방은 미국 외교정책을 둘러싼 오래된 견해 차이를 다시 드러냈다. 다만 이란 핵 합의의 효과와 현 군사적 충돌의 책임에 대한 평가는 서로 구분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중간선거에서 중요한 것은 이러한 외교정책 논쟁이 실제 유권자들의 경제적 부담과 어떻게 연결되는가 하는 점이다. 국제 분쟁의 영향이 에너지 가격과 생활비 상승으로 나타날 경우 외교 문제는 국내 경제 문제로 확대될 수 있다.
종교와 정체성까지 번진 공방
미시간주 상원의원 선거에서는 민주당 후보 압둘 엘사예드의 종교적 배경을 둘러싼 논쟁도 격화하고 있다.
엘사예드는 이집트계 미국인으로, 당선될 경우 미국 역사상 최초의 무슬림 연방 상원의원이 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25일 포트휴런 유세에서 엘사예드를 극단주의 세력과 연결하는 주장을 반복했다. 공화당 후보 로저스 역시 엘사예드와 무슬림형제단의 연관성을 제기해 왔다.
그러나 로이터통신과 AP통신에 따르면 이러한 연관성을 입증할 근거는 제시되지 않았다. 엘사예드는 관련 주장을 부인하며 자신의 종교와 미국에 대한 충성심을 문제 삼는 것은 부당하다고 반박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도 이러한 공격을 비판했다. 그는 과거 대통령 선거에 출마했을 당시 자신이 미국이 아닌 케냐에서 태어났다는 허위 주장에 시달렸던 경험을 언급하며 엘사예드를 옹호했다.
이번 논쟁은 미국 선거에서 종교와 출신 배경, 국가 정체성이 정치적 쟁점으로 활용되는 현실을 보여준다.
정책과 후보자의 공직 수행 능력을 둘러싼 검증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종교적 정체성을 근거로 안보 위협을 주장하는 경우에는 객관적인 증거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문제가 제기된다.
중간선거 이후, 미국 정치의 방향은
미국 중간선거는 대통령 임기 중간에 실시되는 의회 선거로, 연방 하원 전체 의석과 상원 일부 의석을 새로 선출한다. 이번 선거에서는 여러 주의 주지사 선거도 함께 치러진다.
선거 결과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의 남은 임기 동안 입법과 예산 편성, 행정부에 대한 의회 조사와 감독의 범위가 달라질 수 있다.
공화당이 의회 다수당 지위를 유지한다면 트럼프 행정부는 주요 정책을 추진하는 데 현재의 의회 기반을 이어갈 수 있다. 반대로 민주당이 하원이나 상원에서 다수당을 확보하면 행정부에 대한 견제와 정책 협상이 강화될 수 있다.
특히 관세와 이민, 에너지, 기후정책 등은 의회 권력 변화에 따라 정책 추진 방식과 속도가 달라질 수 있는 분야다. 다만 관세나 외교정책처럼 대통령에게 상당한 권한이 부여된 영역은 의회 다수당이 바뀌더라도 곧바로 정책이 전환되는 것은 아니다.
한국에도 이번 선거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미국의 무역·산업 정책은 한국의 반도체와 자동차, 배터리 등 주요 수출 산업과 긴밀하게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의회 구성의 변화는 미국의 대외 통상정책과 산업 지원, 동맹국과의 협력 관계를 둘러싼 논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번 중간선거를 미국 내부의 정치적 경쟁만으로 바라보기 어려운 이유다.
두 대통령의 충돌이 남긴 질문
오바마 전 대통령은 변화와 견제, 민주적 책임을 강조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국정 운영 방향을 지지하는 공화당 후보들의 당선을 위해 유세에 나서고 있다.
두 사람의 발언은 정치적 입장에 따라 크게 엇갈리지만, 결국 선거의 판단은 유권자들에게 달려 있다.
특히 미시간에서 나타난 갈등은 미국 정치가 직면한 여러 문제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제조업과 일자리의 미래, 관세 정책의 경제적 효과, 이란 전쟁의 비용, 종교와 정체성을 둘러싼 논쟁이 하나의 선거에서 동시에 충돌하고 있다.
전·현직 대통령의 거친 설전이 주목받고 있지만, 선거 이후 미국의 방향을 결정하는 것은 정치 지도자들의 발언만이 아니다. 유권자들이 현재의 경제 상황과 정책 성과를 어떻게 평가하고, 앞으로 어떤 의회 구성을 선택하느냐가 중요하다.
11월 3일 중간선거는 트럼프 대통령의 남은 임기뿐 아니라 미국의 대내외 정책을 둘러싼 정치적 역학관계가 어떻게 달라질지 가늠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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