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룰라, 브라질 대선 역전승으로 4선 성공…중남미 정치 지형에 변화

  • 윤재훈 기자
  • 입력 2026.10.27 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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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차 투표 열세 뒤집고 결선서 승리, 민주화 이후 첫 역전 기록
  • 우파 중심 의회와 경제 회복이 새 임기 과제, 트럼프 행정부와의 관계도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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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라질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이 대통령선거 결선투표에서 승리하며 역사적인 4선에 성공했다. [사진=Lula x]

 

브라질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이 대통령선거 결선투표에서 승리하며 역사적인 4선에 성공했다. 1차 투표에서 뒤처졌던 룰라는 결선투표에서 1천만 표 이상을 추가로 확보하며 결과를 뒤집었다. 중남미에서 우파 정치세력이 영향력을 넓혀가는 가운데 거둔 승리라는 점에서 브라질의 향후 국정 운영뿐 아니라 역내 정치 흐름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CNN 등 외신에 따르면 룰라 대통령은 지난 25일(현지시간) 치러진 브라질 대통령선거 결선투표에서 우파 후보인 플라비우 보우소나루 상원의원을 누르고 재선에 성공했다. 이로써 브라질 역사상 처음으로 네 번째 대통령 임기를 맡는 인물이 됐다. 81세 생일을 며칠 앞두고 이룬 승리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남다르다.


이번 선거는 1차 투표에서 뒤졌던 후보가 결선투표에서 승리했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1985년 브라질이 민주주의 체제로 복귀한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룰라는 두 차례 투표 사이 약 3주 동안 1천만 표 이상을 추가로 얻었고, 보우소나루 후보는 약 360만 표를 늘리는 데 그쳤다.


2022년 대선과 비교해 승리의 폭도 커졌다. 당시 룰라는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을 근소한 차이로 누르고 정권을 되찾았다. 이번에는 그의 아들인 플라비우 보우소나루를 상대로 더 큰 격차를 만들어내며 정치적 저력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


지역별 표심 변화와 투표율 상승이 만든 역전승


룰라의 역전승에는 지역별 유권자들의 선택과 투표 참여 확대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


특히 브라질에서 두 번째로 유권자가 많은 미나스제라이스주의 표심 변화가 두드러졌다. 룰라는 1차 투표에서 이 지역에서 약 59만 표 차이로 뒤졌지만, 결선투표에서는 약 9만9천 표 차이로 앞섰다. 두 후보 간 득표 격차가 약 69만 표 움직인 것이다.


미나스제라이스주는 1989년 이후 모든 대통령 직접선거에서 전국 승리 후보를 선택한 지역이다. 이번에도 이 지역의 표심은 최종 선거 결과와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다.


룰라는 전통적인 지지 기반인 북동부 9개 주에서 모두 승리했다. 보우소나루 후보가 우세했던 상파울루주와 리우데자네이루주에서도 각각 주도에서는 룰라가 앞섰다. 특히 리우데자네이루시에서는 1차 투표의 열세를 뒤집었다.


투표 참여가 늘어난 점도 눈에 띈다. 1차 투표에서 21.08%였던 기권율은 결선투표에서 약 19.2%로 낮아졌다. 투표에 참여한 유권자가 약 300만 명 늘어난 셈이다. 추가로 투표에 참여한 유권자들이 모두 룰라를 지지한 것은 아니지만, 높아진 투표 참여가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중요한 요인으로 분석된다.


룰라 진영은 1차 투표 이후 온라인을 통한 선거운동을 강화했다. 새로운 지지자를 확보하는 동시에 이미 룰라를 지지하고 있던 유권자들이 실제 투표에 참여하도록 독려하는 데 집중했다.


선거 막판에는 국민의 일상과 밀접한 경제·사회 정책도 강조했다. 룰라는 영세사업자의 매출 기준을 높이는 법률에 서명하고, 가계부채 재조정 방안과 온라인 도박 금지 구상을 제시했다. 강력범죄에 대한 형사책임 연령을 낮추는 방안에도 지지를 나타내며 치안 문제에 대한 대응 의지를 밝혔다.


생활비 부담과 범죄에 대한 불안이 커진 상황에서 유권자들의 현실적인 고민에 대응하려는 전략이었다.


대선 승리에도 의회는 우파 우세…협치가 국정 운영의 관건


룰라 대통령이 선거에서 승리했지만 앞으로의 국정 운영이 순탄하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의회에서는 우파 정당들이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브라질 하원 전체 513석 가운데 우파 정당은 303석을 확보했다. 좌파 정당은 124석, 중도 정당은 86석이다. 상원에서도 우파가 전체 의석의 약 3분의 2를 차지하게 된다.


대통령과 의회 다수당의 정치적 성향이 다른 만큼 주요 법안과 예산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협상이 중요해졌다. 우파 정당들이 모든 정책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정부가 추진하는 개혁과 주요 정책이 의회의 협조 없이는 속도를 내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방정부에서도 보수 진영의 영향력이 상당해 중앙정부와 주정부 간 협력 역시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룰라 대통령도 이러한 현실을 의식한 듯 승리 연설에서 국민 통합과 협력을 강조했다. 그는 선거가 끝나면 더 이상 정치적 적수가 없으며, 2억1천500만 명의 국민 모두를 위해 국정을 운영해야 한다고 밝혔다.


의회 구성 역시 국민의 선택이라는 점을 인정하며, 자신이 선택한 의회는 아니지만 국민이 선택한 의회와 함께 일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경제 회복과 생활 안정이 새 임기의 첫 과제


룰라 대통령이 해결해야 할 가장 시급한 문제는 국민이 체감하는 경제 상황이다.


2026년 9월 여론조사기관 콰에스트(Quaest)가 발표한 조사에서는 브라질 국민의 절반 가까이가 지난 1년 동안 경제 상황이 나빠졌다고 응답했다. 정부가 경제적 성과를 강조해 왔음에도 생활비 부담과 가계부채 문제에 대한 국민의 불만은 여전히 큰 것으로 나타났다.


재정 여건도 쉽지 않다. 국가부채와 재정적자, 높은 금리는 정부가 새로운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지출을 늘리는 데 부담으로 작용한다. 선거 과정에서 제시한 공약을 이행하면서 기존 사회보장 프로그램을 유지하려면 재원 마련과 지출 조정을 둘러싼 논의가 불가피하다.


여기에 우파가 주도하는 의회와의 협상까지 필요해 경제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정치적 조정이 요구될 전망이다.


치안 문제 역시 중요한 과제다. 범죄에 대한 강력한 대응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만큼 국민의 안전을 확보하면서도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장기적으로는 룰라 이후의 정치적 리더십을 준비하는 문제도 남아 있다. 브라질 좌파 진영의 선거 경쟁력이 여전히 룰라 개인의 정치적 영향력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후계 구도 마련이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패배 인정하지 않은 보우소나루…선거 결과 둘러싼 갈등 지속


선거는 끝났지만 결과를 둘러싼 정치적 갈등은 이어지고 있다.


플라비우 보우소나루 후보는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법원을 통해 선거 결과의 무효를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결선투표 당일 일부 지역에서 투표시간을 2시간 연장한 결정이 공정한 선거 조건을 훼손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보우소나루 선거운동 진영 역시 폭우로 유권자들이 투표소에 접근하기 어려웠던 일부 지역에서 투표시간 연장을 요청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브라질 선거 결과에 의문을 제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룰라의 승리가 조작됐을 가능성을 주장했지만, 이를 뒷받침할 구체적인 증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반면 브라질 선거 당국은 룰라의 승리를 확인했으며, 멕시코와 칠레, 우루과이 등 중남미 국가 정상들은 선거 결과를 인정하고 축하의 뜻을 전했다.


중남미 우파 확산 속 룰라의 승리…미국과의 관계도 주목


이번 선거 결과는 브라질을 넘어 중남미 정치 지형에서도 의미를 갖는다. 최근 중남미 여러 국가에서 우파 정당과 후보들이 잇따라 승리한 가운데 룰라가 재선에 성공하면서 이러한 흐름에도 변화의 가능성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브라질은 중남미 최대 경제국이자 중국을 최대 교역 상대국으로 두고 있다. 그만큼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독자적인 외교 노선을 유지할 수 있는 경제적 기반을 갖춘 국가로 평가된다.


룰라 대통령은 그동안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외교적 압박에 반대하면서도 대화와 협상의 가능성은 열어뒀다. 지난 9월 유엔 연설에서는 브라질이 어느 국가의 영향권에도 속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미국이 브라질산 제품에 추가 관세를 부과했을 때도 보복 조치 가능성을 남겨두면서 외교적 대응을 병행했다.


버지니아커먼웰스대의 마이클 팔버그 정치학 부교수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룰라가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계에서 비판과 유화적 태도를 적절히 조절해 왔다고 평가했다. 룰라가 이념적으로 반미 노선에 고정돼 있는 것은 아니며, 우파 정부와도 협력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중남미의 정치 환경은 룰라가 처음 집권했던 2000년대와 크게 달라졌다. 당시에는 여러 좌파 정부가 동시에 집권하며 이른바 '핑크 타이드(Pink Tide)'를 형성했지만, 최근에는 우파 정부가 늘어나면서 국가 간 정치적 협력 관계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오는 11월 3일 실시되는 미국 중간선거 역시 향후 양국 관계에 영향을 미칠 변수다. 공화당이 상원이나 하원에서 다수당 지위를 잃을 경우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추진 환경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역사적 4선 성공 이후, 국민 통합과 국정 운영 능력이 시험대


룰라 대통령의 이번 승리는 브라질 정치사에 새로운 기록을 남겼다. 1차 투표의 열세를 뒤집고 다시 집권에 성공하면서 오랜 정치 경험과 지지층을 결집하는 능력을 보여줬다.


그러나 선거 결과는 브라질 사회의 정치적 분열이 여전히 깊다는 사실도 드러냈다. 대통령선거에서는 룰라가 승리했지만 의회와 지방정부에서는 보수 진영이 강한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다.


경제 회복과 치안 개선, 재정 부담 완화도 새 임기 동안 해결해야 할 과제다. 선거에서 제시한 정책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정치적 입장 차이를 넘어 의회와 지방정부의 협력을 이끌어내는 과정이 필요하다.


룰라의 승리가 중남미 정치의 흐름을 장기적으로 바꿀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다만 이번 선거는 우파의 영향력이 확대되는 상황에서도 유권자들의 선택이 한 방향으로만 움직이지는 않는다는 점을 보여줬다.


역사적인 4선에 성공한 룰라 대통령이 앞으로 어떤 성과를 만들어낼지는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경제 회복과 정치적 갈등을 조정하는 능력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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