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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5년간 오피스 78만 평 공급…낡은 빌딩, 공간의 가치 다시 묻는다

  • 이미선 기자
  • 입력 2026.11.04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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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심·강남·여의도 업무권역 신규 공급 확대, 도심 A급 이상 오피스 78% 준공 10년 넘어
  • 직장인 업무환경·휴식·문화 경험 중요해져, 노후 건물 경쟁력 회복 위한 ‘리포지셔닝’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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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사진=AI 생성 이미지]

 

서울 주요 업무지구에 앞으로 5년간 약 78만 평의 신규 오피스가 공급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기존 업무용 건물의 경쟁력 확보가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새로운 건물이 늘어나는 동시에 기존 오피스의 노후화도 진행되면서 건물의 위치나 규모뿐 아니라 그 안에서 사람들이 어떤 경험을 할 수 있는지가 새로운 경쟁 요소로 주목받고 있다.


글로벌 부동산 서비스 기업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코리아가 지난 10월 29일 개최한 ‘오피스 트렌드와 리포지셔닝 전략’ 웨비나에서 발표한 분석에 따르면, 향후 5년간 서울 3대 업무권역인 도심권역(CBD), 강남권역(GBD), 여의도권역(YBD)에 약 257만㎡(약 78만 평) 규모의 신규 오피스가 공급될 예정이다.


반면 도심권역 A급 이상 오피스의 78%는 준공된 지 10년 이상 지났으며, 향후 5년 안에 절반 이상이 준공 20년을 넘어서게 된다. 신규 공급과 기존 건물의 노후화가 맞물리면서 오피스 시장에서도 건물 간 경쟁력 차이가 더욱 뚜렷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좋은 사무실의 기준, 건물에서 사람으로


과거 오피스의 경쟁력은 교통 접근성과 입지, 건물 규모, 시설 수준 등 물리적인 조건을 중심으로 평가됐다. 그러나 최근에는 직장인이 하루 중 상당한 시간을 보내는 공간으로서 업무환경과 휴식, 건강, 교류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코리아가 발표한 소셜 빅데이터 분석에서는 직장인들이 쾌적한 업무환경뿐 아니라 집중할 수 있는 공간, 짧은 휴식과 회복, 건강한 식사, 신체 활동 등을 중요하게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오피스 공간과 관련한 ‘웰니스(Wellness)’ 키워드 언급량은 최근 약 5배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구체적인 분석 기간과 표본 규모는 발표 자료에 제시되지 않았다.


이러한 변화는 사무실이 단순히 업무를 처리하는 장소를 넘어 직장인의 일상과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생활공간으로 인식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원희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코리아 이사는 직장인들이 매일 경험하는 공간을 통해 오피스 빌딩에 대한 인식을 형성한다고 설명했다. 건물을 새롭게 단장하는 것만큼이나 이용자에게 어떤 환경과 경험을 제공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는 의미다.


점심 먹던 오피스 상가, 저녁과 주말에도 찾는 공간으로


오피스 건물의 저층부에 자리한 상업시설의 역할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입주 기업 직원들의 식사와 편의를 위한 시설이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외부 방문객까지 끌어들이는 식음료·문화 공간으로 기능이 확대되고 있다.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는 광화문 일대 주요 오피스 건물의 소셜 데이터와 카드 매출 데이터를 분석해 같은 업무지구에 위치하더라도 건물마다 방문 목적과 소비 형태가 다르게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광화문 디타워는 맛집과 디저트, 데이트 등의 키워드가 두드러졌다. 분석 대상 건물 가운데 객단가가 가장 높았으며, 오후 3시 이후 매출 비중이 56%에 달했다. 직장인의 점심 수요뿐 아니라 퇴근 이후 방문객의 소비도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랑서울은 리뉴얼 이후 소셜미디어 언급량이 32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스타필드 애비뉴와 롤파크 등 상업·문화 콘텐츠가 방문객을 유인하는 요소로 분석됐으며, 20대와 외국인 결제 비중도 상대적으로 높았다.


반면 서울파이낸스센터는 점심시간 매출 비중이 51.3%로 나타났다. 법인카드 결제와 한우, 코스요리 등의 키워드가 두드러져 직장인의 일상적인 식사와 비즈니스 모임을 중심으로 소비가 이뤄지는 특성을 보였다.


KT 광화문 West는 광화문광장과 세종문화회관 등 주변 공공·문화시설과 연관된 키워드가 나타나 건물 자체의 상업시설뿐 아니라 인근 문화공간과의 연결성이 특징으로 분석됐다.


이처럼 같은 도심에 위치한 오피스라도 어떤 시설과 콘텐츠를 갖추고 있는지에 따라 방문객의 성격과 이용 시간대가 달라질 수 있다.


낡은 건물, 무조건 새것으로 바꾸는 것이 답일까


신축 오피스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오래된 건물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는 ‘리포지셔닝(Repositioning)’이 제시됐다.


리포지셔닝은 건물의 외관이나 내부 시설을 개선하는 리모델링을 넘어 이용 대상과 공간의 역할, 운영 방식 등을 새롭게 설정하는 전략을 의미한다.


기존 건물을 전면적으로 고치는 대신 어떤 사람들이 이 공간을 이용할 것인지, 이들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부터 파악하고 필요한 부분에 투자하는 방식이다.


최준호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코리아 차장은 노후 오피스의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건물을 찾아야 할 이유를 먼저 설정하고, 그 목적에 맞춰 자본적 지출(CAPEX)을 선별적으로 투입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업무시설이 밀집한 지역에서는 직장인의 휴식과 식사 공간을 강화할 수 있고, 문화시설과 관광객이 많은 지역에서는 외부 방문객이 이용할 수 있는 상업·문화 공간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다만 이러한 전략의 효과는 건물의 입지와 구조, 임차인 구성, 투자 규모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단순히 인기 있는 상업시설을 입점시키는 것만으로 건물의 가치가 높아진다고 보기는 어렵다.


해외에서는 오래된 건물을 어떻게 바꿨나


해외 주요 도시에서는 기존 건물의 용도와 운영 방식을 바꿔 새로운 기능을 부여한 사례들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 시카고의 ‘올드 포스트 오피스(Old Post Office)’는 오랫동안 사용되지 않았던 대형 우체국 건물을 업무공간으로 재개발한 사례다. 기존 건축물의 특성을 살리면서 옥상정원과 휴식시설, 식음료 공간 등을 조성해 기업들이 입주할 수 있는 업무환경을 마련했다.


같은 도시의 ‘윌리스 타워(Willis Tower)’는 저층부 공간을 재구성해 업무시설과 상업·편의시설을 연결하는 방식으로 변화를 시도했다. 건물 이용자뿐 아니라 외부 방문객도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을 확대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미국의 ‘벨 웍스(Bell Works)’는 과거 연구시설로 사용되던 대형 건물을 업무와 상업, 문화 기능이 결합한 복합공간으로 전환한 사례다.


이들 사례는 오래된 건축물도 공간의 기능과 운영 방식을 재설계함으로써 새로운 활용 가능성을 찾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해외 사례의 성과를 국내 오피스 시장에 그대로 적용하기 위해서는 지역별 부동산 수요와 건축 규제, 사업성 등을 함께 검토해야 한다.


건물을 오래 쓰는 시대, 공간의 지속가능성도 중요


노후 오피스의 활용 방식을 다시 고민하는 것은 부동산 자산가치뿐 아니라 도시의 지속가능성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


기존 건축물을 철거하고 새로 짓는 대신 구조체와 주요 설비를 활용하면서 필요한 부분을 개선하면, 사업 조건에 따라 건설 폐기물과 신규 자재 사용을 줄일 가능성이 있다. 다만 실제 환경적 이점은 기존 건물의 상태와 리모델링 범위, 에너지 성능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판단할 수 있다.


또한 업무공간에 휴식과 건강, 문화적 기능을 결합하는 시도는 건물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생활환경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이어질 수 있다.


앞으로 서울 오피스 시장에서는 신축 건물의 공급 규모만큼이나 기존 건물을 어떻게 활용하고 변화시킬 것인지가 중요한 과제가 될 전망이다.


건물의 경쟁력은 더 이상 높이와 규모, 화려한 외관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사람들이 그 공간에서 얼마나 편안하게 일하고 머물 수 있는지, 그리고 다시 찾고 싶은 이유가 있는지가 건물의 가치를 판단하는 또 하나의 기준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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