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가유산위원회, 10월 심의서 ‘원위치 보존 원칙’ 제시, 서울시, 기존 이전보존 방안과의 차이 지적
- 2024년 복토 완료·올해 현지조사에도 보류 반복, 문화유산 보존과 주민 권익 사이 해법 과제
서울 종로구 세운4구역 재개발사업의 매장유산 보존방안에 대한 국가유산위원회 심의가 또다시 보류됐다. 2024년 첫 심의 이후 네 번째로, 서울시는 심의 과정에서 요구되는 보존 기준이 달라지면서 사업의 예측가능성이 떨어지고 있다며 일관된 기준에 따른 조속한 결정을 촉구했다.
서울시는 30일 국가유산청이 세운4구역 매장유산 보존방안에 대한 국가유산위원회 심의 결과를 지난 29일 '보류'로 통보했다고 밝혔다.
국가유산위원회 매장유산분과는 10월 21일 열린 심의에서 '원위치 보존 원칙 및 유적 주변 공간의 역사·문화적 정체성 확보'를 이유로 결정을 유보했다. 이번 보류는 2024년 1월 최초 심의 이후 네 번째이며, 올해 8월부터는 세 차례 연속으로 심의가 보류됐다.
쟁점은 발굴된 유적을 원래 위치에 보존할 것인지, 다른 장소로 옮겨 보존할 것인지에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2024년 1월 당시 문화재위원회는 하층 유구의 추가 조사를 위해 상층 유구를 해체·보존하고 구체적인 보존방안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이후 같은 해 5월 국가유산청 현지조사에서 이문과 건물지, 석축 배수로 일부가 이전보존 대상으로 분류됐다.
이에 따라 해당 유적은 별도 보관시설로 옮겨졌으며, 국가유산청의 2024년 8월 복토 승인을 거쳐 11월 발굴현장 복토도 완료됐다.
그러나 이번 심의에서는 원위치 보존 원칙이 다시 제시됐다. 서울시는 기존 심의 과정에서 이전보존을 전제로 관련 조치를 이행했음에도 보존 방향이 달라질 경우 건축계획과 유적 전시·활용계획 전반을 재검토해야 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올해 진행된 심의에서도 보류 사유가 잇따라 달라졌다는 것이 서울시의 설명이다.
8월 심의에서는 사업시행계획 변경 확정 후 재심의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보류됐지만, 서울시는 이미 6월 19일 종로구의 사업시행계획 변경인가가 고시됐다고 밝혔다.
9월에는 유구의 보존 위치와 방법에 관한 현지조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이에 따라 10월 16일 국가유산청과 관계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현지조사가 진행됐으나, 이후 열린 10월 심의에서도 원위치 보존 원칙 등을 이유로 결론이 내려지지 않았다.
서울시는 기존 심의에서 요구한 사항을 이행한 뒤에도 새로운 보류 사유가 제시되는 상황이 행정의 신뢰성과 예측가능성을 저하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전보존 방안을 재검토해야 한다면 구체적인 사유와 판단 근거, 추가 보완사항을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국가유산위원회가 제시한 원위치 보존 원칙은 유적이 발견된 장소와 주변 역사적 환경을 함께 보존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유적을 이전할 경우 원래 장소와의 관계, 역사적 맥락 등이 달라질 수 있어 보존방식에 대한 신중한 검토가 요구된다.
현행 「매장유산 보호 및 조사에 관한 법률」은 현지보존과 이전보존 등을 보존조치의 유형으로 규정하고 있다. 관련 시행령 역시 유산의 가치와 보존 상태, 활용 가능성뿐 아니라 보존조치로 영향을 받는 공익과 사익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도록 하고 있다.
서울시는 이러한 법적 기준에 따라 원위치 보존뿐 아니라 이전보존을 통한 역사적 가치의 보존과 활용 가능성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사안은 세운4구역 재개발을 둘러싼 종묘 세계유산영향평가 논란과도 맞물려 있다.
서울시는 매장유산 보존방안 심의와 종묘 세계유산영향평가는 법적 근거와 검토 목적이 서로 다른 별개의 절차라고 강조했다. 세계유산영향평가를 둘러싼 이견이 매장유산 심의에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되며, 각각의 법적 기준에 따라 독립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두 절차가 실제로 서로 영향을 주고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서울시 역시 심의 지연과 관련해 두 사안의 연관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제기한 것으로, 이를 심의 보류의 원인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서울시는 문화유산 보존의 중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장기간의 심의 지연이 사업시행자와 주민의 재산권, 도심환경 개선을 기다리는 시민들의 권익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논란은 역사적 유산의 원형과 장소성을 얼마나 보존할 것인지, 도시 재개발에 따른 공익과 주민의 권익을 어떻게 조정할 것인지라는 과제를 드러내고 있다.
서울시는 국가유산청에 그동안의 심의와 조사 경과를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문화유산 보존과 시민의 권익을 함께 고려해 일관된 기준에 따른 결정을 조속히 내려줄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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