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봄, 시드니는 다시 한 번 세계 현대미술의 거대한 실험장이 된다. 오는 3월 14일부터 6월 14일까지 열리는 시드니 비엔날레 2026는 도시 전역을 무대로, 기억과 역사, 그리고 공동체라는 오래되었지만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질문을 예술로 풀어낸다. 25회를 맞은 이번 비엔날레에는 37개국에서 모인 83팀의 작가와 콜렉티브가 참여해 설치, 퍼포먼스, 영상, 커뮤니티 프로젝트 등 다양한 형식의 작품을 선보인다.
이번 비엔날레의 키워드는 기억(Rememory)이다. 이 개념은 미국의 작가 토니 모리슨이 사용한 언어에서 출발한다. 개인의 기억을 넘어, 사회와 공동체에 축적된 역사적 경험이 어떻게 현재를 규정하는지를 사유하는 개념이다. 시드니 비엔날레는 이 ‘되살아나는 기억’을 통해, 지워졌거나 침묵 속에 머물렀던 이야기들을 다시 불러내고자 한다.
예술감독을 맡은 후르 알 카시미는 기억을 단순한 회상이 아니라, 끊임없이 재구성되고 재해석되는 살아 있는 과정으로 바라본다. 그녀의 기획 아래 이번 비엔날레는 과거의 상처와 유산, 이주와 식민의 역사, 공동체의 생존 방식 등을 동시대적 언어로 풀어내는 데 집중한다. 작품들은 개인의 서사에서 출발하지만, 곧 사회적 기억으로 확장되며 관람객을 질문의 한가운데로 끌어들인다.
전시는 시드니 도심과 외곽을 아우르는 여러 장소에서 열린다. 산업 유산을 간직한 화이트 베이 파워 스테이션, 대표적인 공공 미술관인 뉴사우스웨일스 미술관, 대학 박물관과 지역 예술 공간까지 포함되며, 비엔날레는 물리적 경계를 넘어 도시 전체를 하나의 전시 공간으로 확장한다. 이는 예술이 특정 장소에 머무르지 않고, 다양한 공동체와 직접 연결되기를 바라는 기획 의도를 반영한다.
작품들은 기억을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함께 만드는 것’으로 제안한다. 음식을 매개로 공동체가 모이고, 퍼포먼스를 통해 몸의 기억이 호출되며, 대형 설치 작업은 집단적 역사와 땅의 기억을 시각화한다. 특히 호주 원주민 공동체가 제작한 대형 회화 작품은 이번 비엔날레에서 마지막으로 공개된 뒤 공동체로 돌아갈 예정으로, 예술과 귀속, 소유의 문제를 함께 환기시킨다.
영상과 퍼포먼스 작업에서는 제도적 폭력, 구금, 이주와 디아스포라의 경험이 다뤄진다. 이는 특정 지역의 문제가 아니라, 오늘날 전 세계가 공유하는 구조적 현실임을 드러낸다. 비엔날레는 이러한 서사를 감상 대상으로 소비하기보다, 관람객 스스로 자신의 위치와 기억을 돌아보게 하는 장치로 작동한다.
시드니 비엔날레 2026은 무료로 개방되며,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프로그램도 함께 운영된다. 이는 기억과 역사를 다음 세대와 어떻게 공유할 것인가에 대한 또 하나의 질문이기도 하다. 예술은 여기서 과거를 보존하는 수단이 아니라, 미래를 상상하기 위한 언어로 기능한다.
기억(Rememory)이라는 이름 아래 펼쳐질 이번 비엔날레는 묻는다. 우리는 무엇을 기억하고, 무엇을 잊어왔는가. 그리고 그 기억은 지금의 공동체를 어떻게 만들고 있는가. 2026년의 시드니는 그 질문에 대한 단 하나의 답을 제시하기보다, 수많은 목소리와 장면을 통해 사유의 공간을 열어 보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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