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향후 5년간 적용될 중기 자산배분 계획 확정을 앞두고 국내주식 비중 확대 여부를 두고 신중한 검토에 들어갔다. 최근 KOSPI가 강한 상승 흐름을 이어가면서 국민연금이 보유한 국내주식 비중이 기존 목표 수준을 크게 상회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번 자산배분 논의는 단순한 투자 비율 조정을 넘어 국내 금융시장 안정성과 국민연금의 장기 수익성, 한국 자본시장의 미래 방향성까지 영향을 미칠 주요 결정으로 평가된다.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위원회는 오는 28일 서울에서 제5차 회의를 열고 ‘2027~2031년 중기 자산배분 계획’을 심의·의결할 예정이다. 앞서 국민연금은 지난해 ‘2026년도 기금운용계획’을 통해 올해 말 기준 자산배분 목표를 국내주식 14.4%, 해외주식 38.9%, 국내채권 23.7%, 해외채권 8.0% 등으로 설정한 바 있다. 이는 해외 자산 중심의 글로벌 분산투자를 강화하고 국내 시장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장기 전략의 연장선이었지만, 최근 국내 증시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목표 비중 조정 필요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그러나 올해 들어 국내 증시가 예상보다 강한 상승 흐름을 이어가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국민연금은 올해 1월 기금위 회의에서 국내주식 목표 비중을 14.9%로 0.5%포인트 상향 조정하고, 해외주식은 37.2%로 낮춘 바 있다. 하지만 이후에도 증시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올해 2월 말 기준 실제 국내주식 비중은 이미 24.5%까지 치솟았다. 시장에서는 최근 흐름을 반영할 경우 현재 비중이 사실상 25%를 넘어섰을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이는 국민연금이 설정한 전략적 자산배분(SAA)과 전술적 자산배분(TAA) 허용 범위를 사실상 초과하는 수준이다. 원칙적으로는 비중을 줄이는 리밸런싱이 필요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국민연금 내부와 금융시장에서는 크게 두 가지 시각이 맞서고 있다. 첫 번째는 안정성 중심론이다. 연기금은 국민의 노후 자산을 운용하는 기관인 만큼 수익성뿐 아니라 시장 충격에 대한 방어력도 중요하다는 주장이다. 특히 코스피가 이미 역사적 고점권에 근접한 상황에서 국내주식 비중을 공격적으로 확대하는 것은 향후 변동성 확대 시 위험 부담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반면 시장 일각에서는 국내 증시의 추가 상승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인공지능(AI)과 반도체 중심의 글로벌 기술주 랠리 속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대표 기업들의 실적 개선 기대가 이어지고 있고, 외국인 자금 유입도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국민연금은 지난해 해외주식과 국내주식 강세에 힘입어 역대 최고 수준의 운용수익률을 기록하며 기금 적립금 증가세를 이어갔다.
이 때문에 지나치게 보수적인 자산배분 전략이 오히려 수익 기회를 놓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연금이 국내 증시의 ‘안정판’ 역할을 해온 만큼, 장기적으로 국내 자본시장 성장과 연금 수익률 사이의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정은경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최근 “국민연금기금은 국내주식 등 주요 자산군의 성과에 힘입어 지속적으로 우수한 성과를 기록하며 국민연금의 재정 안정성을 뒷받침하고 있다”며 “중기 자산배분은 기금의 장기 수익성과 안정성을 좌우하는 중요한 의사결정인 만큼 합리적 방안이 마련되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번 자산배분 논의가 단순한 비율 조정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고 분석한다. 국민연금은 세계 3대 연기금 가운데 하나로 평가받는 초대형 기관투자가다. 따라서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비중 확대 여부는 국내 증시 수급과 투자심리, 기업 지배구조 개선 흐름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최근 한국 증시가 글로벌 기술 경쟁과 인공지능 산업 확대의 수혜를 받으며 재평가 흐름에 들어섰다는 점에서, 국민연금이 어떤 판단을 내릴지는 시장의 중요한 분기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안정성과 수익성, 글로벌 분산과 국내 시장 책임이라는 서로 다른 가치 사이에서 국민연금이 어떤 균형점을 제시할지 금융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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