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 컴퓨팅(Quantum Computing)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전 세계 사이버 보안 체계에도 거대한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가까운 미래에 양자 컴퓨터(Quantum Computer)가 현재 사용되는 암호화 기술을 해독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하며, 이 시점을 ‘큐데이(Q-Day)’라고 부른다.
현재 우리의 금융 거래, 이메일, 의료 기록, 암호화폐(Cryptocurrency) 지갑, 국가 기밀 정보 등 대부분의 디지털 데이터는 복잡한 수학 문제를 기반으로 한 암호화 기술로 보호되고 있다. 그러나 양자 컴퓨터는 기존 컴퓨터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지금까지는 사실상 불가능했던 계산을 매우 짧은 시간 안에 처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미국의 구글(Google) 은 최근 일부 암호화 시스템이 2029년경 양자 컴퓨터에 의해 위협받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는 기존 예상보다 훨씬 빠른 시점으로, 보안 업계에 상당한 긴장감을 주고 있다. 클라우드플레어(Cloudflare) 역시 같은 시기를 기준으로 양자 이후(Post-Quantum) 보안 체계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양자 컴퓨팅이 특히 위험한 이유는 현재 안전하다고 믿는 정보가 이미 수집되고 있을 가능성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국가기관이나 해커 조직이 암호화된 데이터를 미리 저장해 두었다가, 미래의 양자 컴퓨터를 이용해 한꺼번에 해독하는 이른바 ‘지금 수집하고 나중에 복호화(Harvest Now, Decrypt Later)’ 전략을 우려하고 있다. 의료 기록이나 유전자 정보처럼 장기간 보존되는 데이터는 특히 위험성이 크다.
이에 따라 각국 정부와 국제 표준기관들도 대응에 나서고 있다. 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소(National Institute of Standards and Technology·NIST)는 양자 컴퓨터 공격에도 견딜 수 있는 새로운 암호화 알고리즘(Algorithm)을 발표했으며, 미국 정부는 2035년까지 주요 시스템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인터넷과 금융 시스템 전체를 새로운 보안 체계로 바꾸는 작업에는 오랜 시간과 막대한 비용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양자 위협은 금융과 국가 안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assachusetts Institute of Technology·MIT) 연구진은 인슐린 펌프(Insulin Pump)나 심박 조율기(Pacemaker) 같은 무선 의료기기도 미래의 양자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원격 의료 시스템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의료기기 보안은 단순한 기술 문제가 아니라 생명과 직결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현재 상황을 2000년의 ‘Y2K(Year 2000 Problem)’ 사태와 비교한다. 당시에도 전 세계는 대규모 시스템 오류를 우려했지만, 사전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면서 큰 혼란을 막아냈다. 다만 양자 컴퓨팅의 경우에는 인터넷과 디지털 사회 전체의 보안 구조를 다시 설계해야 한다는 점에서 훨씬 더 복잡하고 장기적인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큐데이(Q-Day)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는 사건이라기보다 이미 시작된 변화의 과정일 수 있다고 말한다. 인공지능(AI·Artificial Intelligence) 혁명에 가려져 있지만, 양자 컴퓨팅은 앞으로 금융, 의료, 통신, 국방 등 디지털 사회 전반을 뒤흔들 또 하나의 거대한 기술 전환으로 주목받고 있다.
BEST 뉴스
-
NASA 과학자 델리아 산티아고-마테레세, 지구 생물 연구에서 토성 위성 타이탄까지
▲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프로그램 과학자 델리아 산티아고-마테레세(Delia Santiago-Materese). [사진=NASA Science X / NASA·Noelia González] 지구의 생물에서 우주의 미세중력 환경으로, 다시 화성의 대기를 거쳐 토성의 위성 타이탄까지. 서로 멀어 보이는 연구 분야를 하나의 ... -
탄소와 탄소를 연결하는 기술…스즈키 반응이 넓혀온 분자의 가능성
▲ 2010년 노벨 화학상을 받은 일본의 화학자 아키라 스즈키(Akira Suzuki) [사진=The Nobel Prize X] 서로 떨어져 있는 탄소 원자를 연결해 새로운 분자를 만들어내는 화학반응이 있다. 바로 ‘스즈키 반응(Suzuki reaction)’이다. 다양한 유기화합물... -
뉴런은 어떻게 연결되고 변화할까… AI 영상으로 다시 주목받은 ‘신경가소성’
▲ 뉴런이 작은 가지를 뻗어 주변을 탐색하고 다른 뉴런과 연결되며, 이렇게 형성된 시냅스(synapse)를 통해 신경세포들이 신호를 주고받는 것을 설명하기 위한 AI 영상 캡쳐 [사진=Sci Nature News X] 신경세포가 가느다란 가지를 뻗어 주변을 탐색하고 다른 신경세포와 연결되는 ... -
50년 전 화성에 내려앉은 바이킹 2호…붉은 행성의 풍경을 전하다
▲ 바이킹 2호의 화성 착륙 50주년을 맞아 1976년 촬영된 첫 컬러 이미지 [사진=NASA History Office X] 붉은 흙 위로 크고 작은 돌이 끝없이 흩어져 있다. 그 너머로 이어지는 지평선 위에는 옅은 분홍빛 하늘이 펼쳐진다. 지금은 여러 화성 탐사선이 고해상도 사진을 보내오고 있지만, ... -
유럽 민간 로켓, 유럽 대륙서 첫 궤도 진입… 우주 독립 한 걸음 더
▲ 독일 우주기업 이사르 에어로스페이스(Isar Aerospace)가 개발한 로켓 ‘스펙트럼(Spectrum)’이 노르웨이에서 발사돼 우주 궤도에 진입하는 데 성공했다. [사진=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x] 유럽 민간 우주산업이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독일 우주기업 이사르 에어로스페이스(I... -
기업 AI 도입 69.5%인데 업무 정착은 12.5%…“경영진 관여·교육·데이터가 관건”
▲개인의 AI 사용 습관 [사진=조코딩AX파트너스] 국내 기업에서 인공지능(AI) 도입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지만 실제 업무 표준으로 정착한 비율은 10%대에 그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AI 전환(AX)이 단순한 도구 도입을 넘어 조직 차원의 업무 방식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경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