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에비앙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국제사회의 복합 위기 속에서 막을 올렸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와 중동 정세 불안, 공급망 재편과 인공지능(AI) 규범 논의까지 겹치면서 이번 회의는 경제 현안을 논의하는 전통적 협의체를 넘어 국제질서의 향방을 가늠하는 외교 무대로 주목받고 있다.
무엇보다 이번 정상회의의 가장 무거운 의제는 전쟁과 평화다.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은 장기전에 접어들며 국제사회의 피로감이 커지고 있다. 서방 국가들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 의지를 재확인하고 있지만, 전쟁이 길어질수록 재정 부담과 정치적 피로감 또한 누적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다른 국제 현안이 부각되면서 우크라이나 문제가 외교 우선순위에서 밀려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중동 역시 불안정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미국과 이란은 군사적 충돌 확대를 막기 위한 휴전 양해각서(MOU) 형식의 합의에 접근하며 긴장 완화의 신호를 보냈다. 그러나 이번 합의는 법적 구속력을 갖춘 최종 평화협정이 아닌 잠정적 성격의 정치적 약속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온다. 양국 간 핵 문제와 역내 영향력 경쟁 등 근본적인 갈등 요인이 해소되지 않은 만큼, 설령 휴전이 유지되더라도 중동 정세의 불확실성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이처럼 유럽과 중동의 지정학적 위기가 동시에 이어지는 가운데, G7 정상들은 에너지 안보와 공급망 안정, 글로벌 경제 회복 방안을 집중 논의하고 있다. 보호무역주의 확산과 핵심 광물 확보 경쟁 속에서 첨단산업 공급망 협력은 주요국의 공통 과제로 떠올랐다. 또한 생성형 인공지능 기술의 급속한 발전에 따른 국제 규범과 윤리 기준 마련 역시 이번 회의의 핵심 의제 중 하나로 다뤄지고 있다.
초청국 자격으로 이번 회의에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은 국제사회가 직면한 복합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연대와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최근 이탈리아 방문 당시 "높은 문화의 힘"을 언급하며 문화가 국가 경쟁력과 사회 통합의 원동력이 될 수 있다고 밝힌 데 이어, 이번 G7 무대에서도 공급망 협력과 첨단기술 연대, 국제 평화 구축을 위한 책임 있는 중견국 외교의 필요성을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출국에 앞서 "분열과 대립의 시대일수록 국제사회가 함께 해법을 찾아야 한다"며 "대한민국은 민주주의와 기술 혁신, 문화 역량을 바탕으로 세계 공동체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기여하겠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이는 경제적 이해관계를 넘어 평화와 인류 공동의 가치를 중심에 둔 외교를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G7 정상회의가 과거의 경제협의체를 넘어 안보와 기술, 기후, 공급망, 문화적 연대까지 포괄하는 '복합 위기 대응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전쟁과 갈등이 일상이 된 시대일수록 국가 간 협력의 범위는 더욱 넓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국제사회는 이번 에비앙 정상회의가 선언적 합의에 머물지 않고 실질적인 공동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출구를 찾지 못한 채 중동의 불안이 계속되고, 기술 패권 경쟁과 경제 불확실성이 심화되는 오늘날, 주요국 지도자들의 선택은 향후 국제질서의 방향을 결정짓는 중요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서 대한민국 역시 연대와 문화, 기술의 힘을 바탕으로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모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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