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가 반도체 산업의 슈퍼사이클을 발판으로 새로운 성장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 올해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큰 폭으로 증가하면서 우리나라는 사상 처음으로 '1인당 GDP 4만 달러 시대'를 눈앞에 두게 됐다. 여기에 국내총생산 규모 역시 원화 기준으로는 처음 3,000조 원을 돌파하고, 달러 기준으로도 2조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면서 한국 경제는 또 하나의 의미 있는 이정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다만 글로벌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을 선도하는 대만이 더욱 빠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어 향후 산업 경쟁력 강화가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와 한국은행, 국가데이터처 등의 전망을 종합하면 올해 우리나라의 1인당 GDP는 약 3만9,164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지난해보다 2,750달러, 7.6% 증가한 것으로 2021년 이후 가장 큰 증가 폭이다. 코로나19 이후 회복 국면과 비교해도 올해 성장세는 더욱 뚜렷하다.
이 같은 성장의 배경에는 반도체 산업의 호황이 자리하고 있다. 생성형 AI 확산으로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비롯한 첨단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수출이 크게 늘었고, AI 서버와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가 국내 제조업 전반의 생산과 수출 증가로 이어졌다. 정부가 최근 올해 명목성장률(경상성장률)을 12.3%로 상향 조정한 것도 이러한 반도체 중심의 수출 호조를 반영한 결과다. 이는 1996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평가된다.
이 같은 흐름이 이어질 경우 올해 우리나라의 명목 GDP는 사상 처음으로 3,000조 원을 넘어 약 3,006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달러 기준으로도 약 2조200억 달러를 기록하며 한국 경제는 처음으로 '2조 달러 경제'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2006년 처음 1조 달러를 돌파한 이후 약 20년 만에 경제 규모가 두 배 가까이 확대되는 셈이다.
1인당 GDP 4만 달러 달성 여부는 환율이 중요한 변수로 꼽힌다. 현재 정부의 추산은 연평균 원·달러 환율을 약 1,487원 수준으로 가정한 결과다. 그러나 연평균 환율이 약 1,456원 아래로 내려갈 경우 올해 안에도 1인당 GDP가 4만 달러를 넘어설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환율이 현재 수준을 유지하더라도 정부가 제시한 내년 성장률이 실현되면 2027년에는 1인당 GDP가 약 4만1천 달러를 기록하며 4만 달러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는 2016년 처음으로 1인당 GDP 3만 달러를 달성한 이후 약 11년 만에 새로운 성장 단계에 진입하게 되는 것이다.
정부는 이러한 성장 흐름을 바탕으로 '잠재성장률 3%, 세계 수출 4강, 1인당 국민소득 5만 달러'를 의미하는 '3·4·5 경제 대도약'을 중장기 목표로 제시했다. 현재의 성장세와 산업 경쟁력을 유지할 경우 2030년까지 국민소득 5만 달러 달성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
그러나 한국 경제가 마주한 현실은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AI 시대 최대 수혜국으로 떠오른 대만은 우리보다 더욱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만 통계당국은 올해 1인당 GDP를 4만5,610달러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해 약 3만9천 달러 수준에서 단숨에 4만5천 달러를 넘어서는 것이다. 이는 AI 반도체 파운드리와 첨단 패키징, 서버, 네트워크 장비 등 AI 공급망 전반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한 결과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한국과 대만의 1인당 GDP 격차를 약 4,700달러로 전망했지만, 최근 양국의 수정 전망치를 반영하면 그 격차는 6천 달러 이상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메모리 반도체 가격 상승에 힘입어 성장하고 있는 반면, 대만은 다양한 AI 관련 제조업에서 안정적인 수출 물량을 확보하며 구조적인 성장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결국 한국 경제는 올해 1인당 GDP 4만 달러 시대를 눈앞에 두며 또 하나의 역사적인 전환점을 맞고 있다. 반도체 호황과 AI 산업 확산이 경제 성장의 새로운 동력이 되고 있지만, 앞으로는 메모리 중심의 성장에서 벗어나 시스템 반도체와 첨단 패키징, AI 서버, 소프트웨어 등 산업 생태계 전반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4만 달러 달성은 새로운 출발점일 뿐이며, AI 시대의 글로벌 경쟁 속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얼마나 탄탄하게 구축하느냐가 한국 경제의 미래를 결정할 핵심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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