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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포커스] 행정부 수장과, 입법부가 국민투표로 뽑아진다면… 사법부 수장도 국민이 뽑아야 하나

  • 윤재훈 기자
  • 입력 2026.08.29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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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초유의 대법관 재제청 요구가 던진 질문 ‘선출 권력’과 ‘임명된 사법 권력’의 충돌
  • 대통령·국회 거치는 현행 사법부 구성 방식, 민주적 정당성인가 정치적 종속의 통로인가
  • 대법원장 직선제도 하나의 대안, 다만 ‘국민주권’과 ‘사법 독립’ 함께 지킬 제도 설계가 핵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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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은 국민이 직접 뽑는다. 국회의원도 국민이 직접 뽑는다. 그러나 이들과 함께 국가권력의 한 축을 담당하는 사법부의 수장은 국민이 뽑지 않는다.


대한민국 헌법 제104조는 대법원장을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하고 있다. 대법관 역시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 헌법 제103조는 동시에 법관이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하도록 규정한다.


그런데 2026년 8월 28일, 이 구조가 가진 오래된 긴장이 현실의 정치·헌법적 충돌로 표면화했다.


청와대가 조희대 대법원장이 노태악 전 대법관의 후임으로 제청한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에 대해 국회에 임명동의안을 제출하지 않기로 하고 대법원장에게 다른 후보자를 재제청해 달라고 요구하면서이다.


청와대는 손 후보자 제청이 “절차적 완결성을 충분히 갖추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대법관 제청권은 대통령의 임명권을 대체하거나 무력화하는 권한이 아니며, 국민이 직접 선출한 대통령의 임명권 역시 존중돼야 한다는 논리를 폈다.


반면 사법부 내부와 법조계 일각에서는 대통령이 대법원장의 제청을 받아들이지 않고 원하는 후보가 나올 때까지 재제청을 요구할 수 있다면 헌법이 대법원장에게 부여한 제청권이 사실상 무력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조 대법원장은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송구하다”며 다음 주 공식 입장을 내겠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는 단순히 ‘손봉기 후보자를 임명할 것인가’라는 인사 문제를 넘어선다.


더 근본적인 질문은 이것이다.


국민으로부터 권력을 위임받은 대통령과 국회가 사법부 최고위 인사를 결정하는 현재의 구조는 삼권분립에 가장 적합한 방식인가.


대통령의 임명권인가, 대법원장의 제청권인가


현행 헌법은 대법관 인사에서 어느 한 기관도 단독으로 결정하지 못하도록 했다.


대법원장이 후보를 제청하고, 국회가 동의하며, 대통령이 임명한다. 사법·입법·행정부가 하나의 대법관 인사에 각각 관여하도록 한 구조다. 권력을 분산하고 상호 견제하도록 한 것이다.


따라서 대통령의 임명권만 강조하는 것도, 대법원장의 제청권만 절대적인 것으로 보는 것도 헌법 구조 전체를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


문제는 헌법이 대통령이 대법원장의 제청을 거부할 경우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명시적으로 규정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처럼 대통령이 제청된 후보자를 임명 절차에 넘기지 않고 다른 후보자를 요구했을 때 대법원장이 반드시 응해야 하는지, 기존 추천 후보 가운데 다시 골라야 하는지, 후보추천위원회를 처음부터 다시 구성해야 하는지를 둘러싼 논란이 발생하는 이유다.


실제로 대법원장이 대통령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할 가능성까지 법조계에서 거론되고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것이 하나의 선례가 될 가능성이다.


어느 정부든 대법원장이 제청한 후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반복적으로 재제청을 요구할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


대통령에게 사실상 ‘거부권’이 존재하고 그 횟수에 제한이 없다면, 형식적으로는 대법원장이 제청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대통령이 받아들일 사람을 대법원장이 찾아야 하는 구조로 변질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반대로 대통령에게 제청된 후보를 사실상 무조건 임명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해석한다면 헌법이 대통령에게 부여한 ‘임명권’의 실질적 의미가 무엇인지라는 반대 질문도 남는다.


바로 이 지점이 이번 사태의 본질적인 헌법적 쟁점이다.


‘국민이 뽑은 권력’과 ‘임명된 권력’


청와대가 이번 결정의 근거를 설명하면서 꺼낸 논리 가운데 주목할 부분이 있다.


대통령은 주권자인 국민이 직접 선출한 대표자인 반면 대법원장은 대통령이 국회의 동의를 얻어 임명하는 기관이라는 것이다. 청와대는 이를 근거로 대법원장의 제청권 역시 국민주권 원리에 비춰 대통령의 임명권과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논리를 끝까지 따라가면 또 다른 질문에 도달한다.


그렇다면 국가의 최종심을 담당하는 사법부의 최고 책임자는 왜 국민이 직접 선출하지 않는가.


대한민국 헌법 제1조 제2항은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선언한다.


입법권을 행사하는 국회의원은 선거를 통해 국민에게 권력을 위임받는다. 행정권의 수반인 대통령도 국민이 직접 선출한다.


사법권 역시 국가의 핵심 권력이다.


대법원은 개인의 자유와 재산, 기업 활동에서부터 선거, 행정처분, 정치인의 형사책임에 이르기까지 사회의 중대한 분쟁에 최종적인 판단을 내린다.


그런데 사법부 최고 책임자의 민주적 정당성은 국민의 직접 선택이 아니라 ‘대통령 지명 → 국회 동의 → 대통령 임명’이라는 간접적인 방식을 통해 확보된다.


왜 이렇게 설계했을까.


사법부를 선거에서 떨어뜨려 놓은 이유


여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재판은 여론을 따라가는 정치행위가 아니기 때문이다.


대통령과 국회의원은 국민의 요구에 반응해야 한다. 선거를 통해 평가받고 다수의 선택에 의해 교체된다.


그러나 법관은 때로 국민 다수가 원하지 않는 판결도 내려야 한다.


여론이 압도적으로 한쪽을 향하더라도 헌법과 법률, 증거가 반대 결론을 요구한다면 법관은 그에 따라야 한다. 이것이 헌법 제103조가 법관의 독립을 별도로 보장하는 이유다.


사법부 수장을 선거로 뽑으면 새로운 문제도 발생한다.


선거에는 선거운동이 필요하고 선거운동에는 조직과 자금이 들어간다. 후보자가 정당의 지원을 받거나 기업·이익단체·시민단체의 정치적 지원에 의존할 가능성도 생긴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주(州)에 따라 대법관을 선거로 선출하거나 임명 후 유임 여부를 선거로 결정하는 제도를 운영한다.


하지만 미국의 사법선거 경험은 직선제가 반드시 사법부의 정치적 독립성을 높이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보여준다.


브레넌센터(Brennan Center for Justice)는 미국 주 대법원 선거에서 정치적·경제적 이해관계 집단의 선거자금과 광고가 확대됐으며, 선거 압력과 정치적 후원이 재판의 독립성과 공정성에 영향을 미칠 위험이 있다고 지적해 왔다. 특히 판결 자체가 선거 공격의 소재가 되면서 판사가 여론과 선거를 의식하게 될 가능성도 문제로 제기됐다.


따라서 ‘대통령이 임명하면 정치적이고, 국민이 선출하면 정치적이지 않다’는 단순한 공식은 성립하지 않는다.


오히려 직선제는 사법부의 정치화를 다른 형태로 옮겨 놓을 수도 있다.


그래도 대법원장 직선제를 논의할 수는 있다


그럼에도 이번 사태를 계기로 대법원장 선출 방식 자체를 공론의 장에 올리는 것은 의미가 있다.


핵심은 특정 대통령이나 특정 대법원장에게 유리한 제도를 만드는 것이 아니다.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누가 대법원장이 되더라도 정치권력이 사법부를 장악하기 어렵고 동시에 사법부도 국민으로부터 완전히 단절된 권력이 되지 않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어야 한다.


그런 관점에서 대법원장 국민직선제 역시 하나의 선택지로 연구할 수 있다.


다만 단순히 대통령 선거처럼 대법원장을 뽑는 방식이어서는 곤란하다.


직선제를 도입한다면 정당 공천 금지, 선거자금의 엄격한 제한 또는 공영제, 법조 경력과 자격 요건, 단임제, 정치활동 제한, 후보 검증 방식 등을 함께 설계해야 한다. 국민의 선택을 받되 정치권과 거대 자본으로부터는 최대한 독립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대법원장을 국민이 선출하고 대법관은 독립된 추천기구가 추천하도록 하는 방식, 국회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초당적 동의를 요구하는 방식 등 여러 모델을 함께 비교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직선제냐 임명제냐’만의 양자택일이 아니다.


국민주권과 사법독립은 대립하는 가치가 아니다


이번 대법관 재제청 논란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삼권분립을 ‘누가 더 강한 권력을 갖느냐’의 문제로 바라보는 것이다.


삼권분립의 목적은 세 기관이 서로 싸우도록 만드는 것이 아니다.


어느 한쪽도 국가권력을 독점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대통령이 국민에게 직접 선출됐다는 사실이 사법부에 대한 우월적 권한을 의미하는 것도 아니다. 마찬가지로 법관의 독립이 국민으로부터 어떠한 민주적 통제도 받지 않는다는 의미도 아니다.


국민주권과 사법독립은 서로 반대되는 가치가 아니라 함께 지켜야 할 민주주의의 두 원칙이다.


이번 사태가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 사람의 대법관을 둘러싼 갈등이 대통령의 임명권과 대법원장의 제청권 가운데 어느 것이 우위인지에 대한 권력싸움으로 끝난다면 제도는 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지금 필요한 질문은 더 근본적이다.


사법권의 독립을 지키면서도 그 권력의 정당성이 국민에게서 비롯됐다는 것을 어떻게 제도적으로 구현할 것인가.


대법원장 국민직선제가 그 해답인지에 대해서는 충분한 논쟁이 필요하다. 해외의 사법선거에서 나타난 정치화와 선거자금 문제를 고려하면 직선제가 현재보다 반드시 우월하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그러나 대통령의 임명권과 대법원장의 제청권이 정면으로 충돌하고, 그 결과에 따라 최고법원의 구성이 달라질 수 있는 상황이 현실에서 발생했다면 이제 사법부 구성 방식 자체를 논의의 성역으로 남겨둘 이유도 없다.


대법원장을 대통령이 임명하는 현재의 방식이 최선인지, 국민이 직접 선택하는 것이 더 민주적인지, 또는 정치권과 사법부 모두로부터 독립된 새로운 선출·추천 구조가 필요한지 공개적으로 논의할 때이다.


사법부 독립의 궁극적인 목적은 판사의 권력을 보호하는 데 있지 않다. 국민이 어떤 정치권력 앞에서도 독립적이고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호하는 데 있다.


그 원칙에서 출발한다면 이번 논쟁은 ‘누가 대법관 한 사람을 선택할 것인가’를 넘어 대한민국의 사법권을 국민주권과 삼권분립의 원리에 어떻게 다시 연결할 것인가를 묻는 계기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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