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닳아 없어진 치아 법랑질, 단백질 젤로 다시 자라게 한다… 치아 재생의 새로운 길 열려

  • 윤재훈 기자
  • 입력 2026.11.08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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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국 노팅엄대학교 연구진이 치아가 형성되는 자연의 원리를 모방한 단백질 기반 젤을 개발해 손상된 법랑질 표면에 새로운 무기질 결정이 성장하도록 유도하는 기술을 선보였다. 이 기술은 침 속에 존재하는 칼슘과 인산염을 활용해 치아의 미세구조를 복원하고 최대 10마이크로미터 두께의 법랑질 유사층을 형성하는 것으로, 칫솔질과 음식물을 씹는 힘을 모방한 실험에서도 자연 법랑질에 가까운 기계적 강도를 나타내 치아 시림과 초기 법랑질 손상 치료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발표됐으며, 실제 사람의 구강 환경에서 치료 효과가 얼마나 지속되는지와 장기적인 안전성을 검증하기 위한 후속 임상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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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닳아 없어진 치아 법랑질, 단백질 젤로 다시 자라게 한다 [사진=Smart Science X]

 

한번 닳아 없어진 치아도 다시 자라날 수 있을까.


우리는 매일 치아를 사용하면서도 그 소중함을 잊고 살아간다. 음식을 씹고, 차가운 물을 마시고, 따뜻한 차를 즐기는 평범한 일상에는 치아가 건강하게 유지되고 있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치아도 조금씩 변한다. 산성 음식과 음료, 세균이 만들어내는 산, 반복적인 마찰과 마모는 치아 표면을 서서히 약하게 만든다.


치아의 가장 바깥을 감싸는 법랑질(enamel)은 인체에서 가장 단단한 조직이다. 외부의 충격과 자극으로부터 치아를 보호하는 천연 방패와 같다. 그러나 단단한 만큼 특별한 한계도 있다. 한번 크게 손상되거나 사라지면 우리 몸은 이를 스스로 다시 만들어내지 못한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치과의학은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는 방향으로 발전해 왔다. 불소를 이용해 남아 있는 법랑질을 강화하고, 손상된 부분은 레진이나 세라믹 같은 인공 재료로 복원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치아가 처음 만들어질 때의 정교한 구조 자체를 되살리는 일은 쉽지 않았다.


최근 영국 연구진이 이 오래된 과제에 새로운 해법을 제시했다.


영국 노팅엄대학교(University of Nottingham)의 압샤르 하산(Abshar Hasan), 알바로 마타(Alvaro Mata) 등이 참여한 연구팀은 치아가 자연적으로 형성되는 과정을 모방한 단백질 기반 젤을 개발했다. 이 젤은 손상된 치아 표면에 얇은 구조물을 형성하고, 칼슘과 인산염이 새로운 무기질 결정으로 성장하도록 돕는다.


연구 결과는 2025년 11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발표됐다.


아직 사람의 입안에서 치료 효과가 입증된 단계는 아니지만, 손상된 치아를 인공 재료로 메우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치아 본래의 구조를 회복하려는 새로운 접근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자연이 치아를 만드는 방식에서 찾은 해답


이번 연구의 출발점은 치아가 처음 만들어지는 과정에 있다.


사람의 치아는 성장 과정에서 여러 단백질의 도움을 받아 형성된다. 그중 아멜로제닌(amelogenin)은 법랑질을 이루는 무기질 결정들이 일정한 방향으로 자라도록 안내하는 중요한 단백질이다.


법랑질의 단단함은 하이드록시아파타이트(hydroxyapatite)라는 무기질 결정에서 비롯된다. 이 결정들이 미세한 기둥 모양으로 촘촘하고 질서 있게 배열되면서 강한 압력과 반복적인 마찰을 견딜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그러나 치아가 완성된 뒤에는 법랑질을 형성하던 세포가 사라진다. 따라서 손상된 법랑질을 몸이 자연적으로 새롭게 만들어내기는 어렵다.


노팅엄대학교 연구진은 여기에 주목했다. 법랑질을 만드는 세포가 사라졌더라도, 그 세포가 수행하던 역할을 인공적으로 구현할 수 있다면 새로운 무기질 결정의 성장을 유도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연구팀은 엘라스틴 유사 재조합 단백질(ELR)을 이용해 치아 형성 과정을 모방하는 초분자 단백질 매트릭스를 설계했다.


이 물질을 치아 표면에 바르면 단백질들이 스스로 모여 미세한 구조를 형성한다. 이 구조는 칼슘과 인산염이 결합하고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 된다.


특히 새롭게 만들어지는 결정이 기존 법랑질의 결정 배열을 따라 자라도록 유도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이를 과학적으로는 에피택셜 성장(epitaxial growth)이라고 부른다.


단순히 치아 표면에 보호막을 덧씌우는 것이 아니라, 남아 있는 치아의 미세구조를 바탕으로 새로운 법랑질 유사층이 이어지도록 하는 원리다.


손상된 치아 표면에 새로운 법랑질 유사층 형성


연구진은 이 기술의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실제 사람에게서 발치한 치아를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산성 물질로 법랑질 표면을 손상시키거나 법랑질이 사라져 상아질이 드러난 치아에 단백질 매트릭스를 적용한 뒤 무기질이 형성되는 과정을 관찰했다.


실험 결과, 손상된 치아 표면에서 새로운 아파타이트 결정이 성장하는 현상이 확인됐다. 새롭게 형성된 결정은 기존 법랑질과 연결되는 구조를 보였으며, 자연 법랑질에서 나타나는 미세한 기둥 형태와 결정 배열도 재현했다.


연구진은 실험 조건에 따라 최대 약 10마이크로미터(㎛), 즉 0.01밀리미터 두께의 법랑질 유사 무기질층을 형성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육안으로는 거의 구분하기 어려운 얇은 층이지만, 법랑질의 구조적 특성을 재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상아질이 노출된 표면에서도 무기질층이 형성된 점은 또 다른 가능성을 보여준다.


상아질은 법랑질 아래에 있는 조직으로, 외부 자극에 상대적으로 민감하다. 법랑질이 닳아 상아질이 드러나면 찬물이나 뜨거운 음식, 단 음식 등에 치아가 시릴 수 있다.


연구진은 이러한 표면에 법랑질 유사층을 형성하는 기술이 향후 치아 시림이나 초기 마모를 관리하는 치료법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이번 연구가 치아 전체를 다시 자라게 하거나 큰 충치를 완전히 복원하는 기술을 입증한 것은 아니다. 현재 확인된 성과는 손상된 치아 표면에 얇은 무기질층을 형성하고 그 구조적 특성을 회복하는 수준이다.


자연 법랑질에 가까운 강도와 내마모성 확인


새롭게 만들어진 법랑질 유사층이 실제 치아를 보호하려면 일상생활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자극을 견딜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하루에도 수없이 음식을 씹고, 치아를 맞물리고, 칫솔질을 한다. 산성 음식과 음료 역시 치아 표면에 영향을 준다.


연구진은 이러한 환경을 고려해 재광화된 법랑질의 기계적 성질과 내구성을 평가했다.


실험에서는 전동칫솔을 이용해 60분 동안 연속적으로 마모를 가했다. 연구진이 설정한 기준으로 약 1년간의 칫솔질에 해당하는 조건이었다.


그 결과 새롭게 형성된 법랑질 유사층은 뚜렷한 미세구조 손상 없이 형태를 유지했다.


단단함을 나타내는 기계적 특성도 자연 법랑질과 비슷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재광화된 법랑질의 탄성계수는 약 68.6기가파스칼(GPa)로, 자연 법랑질의 약 70.2기가파스칼에 가까웠다. 경도 역시 재광화된 법랑질이 약 2.76기가파스칼, 자연 법랑질이 약 3.0기가파스칼로 측정됐다.


음식을 씹거나 치아를 갈 때 발생하는 마찰을 모방한 실험에서도 유사한 내마모 특성이 관찰됐다.


산성 환경에 노출했을 때는 자연 법랑질과 재광화된 법랑질 모두 물성이 약해졌지만, 일부 실험 조건에서는 재광화된 법랑질이 비교적 높은 기계적 안정성을 유지했다.


이는 새롭게 형성된 무기질층이 단순히 치아 표면에 붙어 있는 물질이 아니라, 실제 법랑질과 비슷한 물리적 기능을 수행할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실험실에서 진행한 마모 시험과 실제 사람의 입안에서 수년 동안 반복되는 사용 환경은 다르다. 장기간의 내구성과 안정성을 확인하려면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침 속 무기질을 이용하는 치아 재생의 원리


이번 연구에서 눈길을 끄는 부분은 사람의 실제 침을 이용한 실험에서도 무기질 결정이 성장했다는 점이다.


침은 단순히 입안을 촉촉하게 유지하는 액체가 아니다. 치아 건강을 지키는 중요한 보호 기능을 담당한다.


침에는 칼슘과 인산염이 들어 있어 치아 표면에서 일어나는 재광화 과정을 돕는다. 또한 입안의 산을 중화하고 음식물 찌꺼기를 씻어내며 구강 환경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연구진은 건강한 성인 3명에게서 채취한 침을 이용해 단백질 매트릭스가 처리된 치아의 변화를 살펴봤다.


2주 동안 진행된 실험에서는 실제 침을 사용한 조건에서도 새로운 아파타이트 결정이 형성됐다. 법랑질과 유사한 미세구조가 나타났으며 기계적 특성도 개선됐다.


이는 치아 표면에 적용한 단백질 매트릭스가 주변의 무기질 성분을 활용해 새로운 결정이 성장하도록 도울 수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연구진이 개발한 단백질 매트릭스는 불소를 필수 성분으로 사용하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다만 일부 실험에는 불소가 포함된 인공 침과 무기질 용액이 사용됐으므로, 모든 결과가 불소가 전혀 없는 환경에서 확인된 것은 아니다.


또한 실제 사람의 침을 사용했다는 사실이 곧 사람의 입안에서 치료 효과가 입증됐다는 의미는 아니다. 구강 내에서는 세균과 음식물, 침의 흐름, 온도 변화, 지속적인 마찰 등 다양한 요인이 동시에 작용하기 때문이다.


치아 시림과 초기 손상 치료에 새로운 가능성


현재 치과의학에서는 불소를 이용한 재광화 치료가 초기 법랑질 손상을 관리하는 중요한 방법으로 활용되고 있다.


불소는 치아의 무기질 손실을 줄이고 남아 있는 법랑질을 강화하는 데 도움을 준다. 그러나 이미 상당 부분 사라진 법랑질의 복잡한 미세구조를 원래대로 복원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손상이 더 진행되면 레진이나 세라믹 등 인공 재료를 이용해 치아의 형태와 기능을 회복한다.


노팅엄대학교 연구진이 개발한 단백질 매트릭스는 기존 치료법을 대체하기보다는 새로운 치료 선택지를 더할 수 있는 기술로 평가된다.


자연적인 법랑질 형성 원리를 이용해 손상된 표면에 새로운 무기질층을 성장시키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임상시험에서 효과가 확인된다면 산성 침식이나 마모로 약해진 치아 표면을 보호하고, 상아질 노출로 발생하는 치아 시림을 완화하는 데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


또한 치아 표면의 구조를 개선해 레진이나 보철 재료가 보다 안정적으로 결합하도록 돕는 보조 기술로도 연구될 수 있다.


다만 충치로 인해 치아 조직이 크게 파괴된 경우까지 이 젤만으로 치료할 수 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따라서 현재 단계에서 기존 충전 치료나 보철 치료를 대신할 수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연구 성과를 실제 치료제로… 민테크바이오 상용화 추진


연구진은 이번 기술을 실제 치과 진료에 적용하기 위한 개발도 추진하고 있다.


압샤르 하산과 알바로 마타가 공동 창업한 민테크바이오(Mintech-Bio)는 노팅엄대학교의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치아 재광화 기술의 상용화를 모색하고 있다.


연구 논문에서는 단백질 매트릭스를 치아 표면에 적용해 약 3~4분 안에 균일한 코팅층을 형성할 수 있는 가능성이 제시됐다.


이처럼 비교적 간단한 적용 방식은 향후 치과 진료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제품으로 개발하는 데 장점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실제 치료제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단계가 남아 있다.


사람의 구강에서도 안정적으로 법랑질 유사층이 형성되는지, 형성된 무기질층이 오랫동안 유지되는지, 반복적으로 사용해도 안전한지 등을 확인해야 한다.


치아의 손상 정도와 침의 성분, 개인별 구강 환경에 따라 치료 효과가 달라질 가능성도 검토해야 한다.


연구진의 상용화 계획이 곧 임상적으로 검증된 치료제의 출시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 환자에게 적용하기까지는 추가적인 임상시험과 규제 절차가 필요하다.


자연의 원리를 배우는 과학, 치아 치료의 미래를 바꾸다


이번 연구는 첨단 의학이 자연의 원리에서 새로운 해답을 찾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치아의 법랑질은 인체에서 가장 단단한 조직이지만, 그 강인함은 단순한 물질의 성질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무기질 결정들이 정교하게 배열되고 서로 연결되는 자연의 형성 과정이 만들어낸 결과다.


노팅엄대학교 연구진은 이러한 자연의 구조를 이해하고, 치아가 처음 만들어질 때 단백질이 수행하는 역할을 인공적으로 재현하는 데 주목했다.


그 결과 손상된 치아 표면에 새로운 법랑질 유사 결정이 성장하도록 유도하고, 자연 법랑질에 가까운 물리적 특성을 구현하는 성과를 거뒀다.


아직 사람의 입안에서 실제 치료 효과가 입증된 것은 아니지만, 이번 연구는 치아 손상을 다루는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다.


그동안 치과 치료가 손상된 부위를 인공 재료로 보충하는 데 많은 역할을 해왔다면, 앞으로는 치아가 본래 만들어지는 원리를 활용해 손상된 구조를 회복하도록 돕는 기술이 더해질 수 있다.


이는 생체재료공학과 치의학, 단백질공학이 만나 만들어낸 의미 있는 진전이다.


인체에서 가장 단단하지만 스스로 다시 자라기 어려운 법랑질. 그 작은 표면에서 시작된 연구가 치아의 수명을 연장하고 자연 치아를 더 오래 보존하는 미래로 이어질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과학은 이제 손상된 치아를 단순히 메우는 것을 넘어, 자연이 치아를 만드는 과정을 다시 구현하는 길을 탐색하고 있다. 단백질 젤을 이용한 법랑질 재광화 기술은 자연 치아를 오래 지키기 위한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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