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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천만 년 전 알 속에서 멈춘 공룡의 마지막 자세…‘베이비 잉량’이 보여준 새와 공룡의 연결고리

  • 이경희 기자
  • 입력 2026.08.15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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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ature is Amazing’ 계정이 소개한 이 화석은 ‘베이비 잉량(Baby Yingliang)’으로 불리는 오비랍토르류 공룡의 배아 예상 모습 [사진=Nature is Amazing X]

 

약 7천만 년 전, 부화 직전의 어린 공룡이 알 속에서 몸을 웅크린 채 생을 마쳤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수천만 년이 지난 뒤 중국 남부에서 발견된 이 화석은 공룡의 배아가 알 속에서 어떤 자세를 취했는지를 놀라울 정도로 선명하게 보여주며, 오늘날 새의 부화 행동이 공룡의 진화적 유산일 가능성에 대한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엑스(X)의 ‘Nature is Amazing’ 계정이 소개한 이 화석은 ‘베이비 잉량(Baby Yingliang)’으로 불리는 오비랍토르류 공룡의 배아이다. 해당 게시물은 이를 약 7천만 년 된 공룡 배아라고 설명했지만, 이 화석 자체는 새로운 발견이 아니다. 이에 대한 연구는 2021년 국제학술지 《아이사이언스(iScience)》에 관련 연구가 발표되어었으며, 당시 해외 과학매체와 주요 언론을 통해 크게 소개되었다.


연구 논문에 따르면 베이비 잉량은 중국 장시성 간저우 지역의 후기 백악기 지층에서 발견된 화석화된 공룡 알 안에 보존돼 있었다. 연대는 약 7천200만~6천600만 년 전으로 추정된다. 알은 길이 약 17㎝였으며 배아는 머리부터 꼬리까지 약 27㎝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진은 두개골의 형태와 이빨이 없는 특징 등을 근거로 이 배아를 조류와 가까운 수각류 공룡인 오비랍토르류로 분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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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ature is Amazing’ 계정이 소개한 이 화석은 ‘베이비 잉량(Baby Yingliang)’으로 불리는 오비랍토르류 공룡의 모습 [사진=Nature is Amazing X]

 

특히 주목받은 것은 배아의 자세이다. 베이비 잉량의 머리는 몸 아래쪽에 놓여 있고 두 발은 몸 양쪽에 위치하며, 등은 알의 둥근 끝 부분을 따라 휘어 있다. 몸 전체가 단단하게 말려 있는 모습은 오늘날 닭을 비롯한 새의 부화 직전 배아에서 나타나는 자세와 상당히 유사하다. 연구진은 이러한 자세가 비조류 공룡에서는 이전까지 명확하게 확인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현대의 새는 부화 직전 알 속에서 몸을 여러 단계에 걸쳐 접고 머리를 몸 아래나 날개 쪽으로 집어넣는 이른바 ‘터킹(tucking)’ 행동을 보인다. 이 과정은 단순히 몸을 웅크리는 움직임이 아니라 신경계의 통제를 받는 복잡한 행동으로 알려져 있으며, 부화 과정에서 알을 깨고 빠져나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적절한 자세를 취하지 못한 배아는 부화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베이비 잉량의 발견이 중요한 이유는 바로 이 행동의 기원을 훨씬 먼 과거로 끌어올릴 가능성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베이비 잉량을 포함해 다른 오비랍토르류 배아 화석을 비교한 결과, 이들 공룡 역시 부화에 가까워질수록 몸을 접고 머리를 몸 쪽으로 가져가는 단계적인 자세 변화를 보였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오늘날 새에서 볼 수 있는 터킹 행동이 조류에서 처음 등장한 것이 아니라, 새의 조상에 해당하는 비조류 수각류 공룡에서 이미 시작됐을 수 있다는 가설이 제기됐다.


다만 연구진은 이를 확정된 사실로 제시하지 않았다. 논문은 이러한 부화 전 행동이 비조류 수각류에서 기원했을 가능성을 제안하면서도, 이를 검증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공룡 배아 화석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화석은 특정 순간의 자세를 보여줄 수 있지만, 실제로 배아가 살아 있는 동안 어떤 순서로 움직였는지까지 직접 보여주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이 화석이 과학계의 관심을 끈 또 다른 이유는 발견 과정에도 있다. 베이비 잉량이 들어 있던 알은 2000년 중국의 석재회사인 잉량그룹이 확보했지만 오랫동안 보관돼 있었다. 이후 잉량석자연사박물관 건립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2015년 다시 주목받았고, 알 표면의 균열 사이로 뼈가 드러난 것이 계기가 돼 정밀한 조사가 시작됐다. 연구진은 알을 조심스럽게 준비하면서 내부에 거의 온전한 배아 골격이 들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해외 언론들은 이 화석을 ‘부화 직전의 공룡’이라는 점에서 주목했다. 《내셔널지오그래픽》은 베이비 잉량이 현대의 부화 직전 닭 배아와 놀라울 정도로 유사한 방식으로 몸을 말고 있다고 소개하면서, 이러한 유사성이 새의 독특한 부화 행동이 공룡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갈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워싱턴포스트》 역시 공룡이 알 속에서 머리를 몸 아래로 집어넣는 자세를 취했다는 점이 공룡과 새 사이의 진화적 연결을 보여주는 중요한 단서라고 전했다.


학술적으로도 이 연구는 단순히 ‘공룡과 새가 닮았다’는 수준을 넘어선다. 새가 공룡의 후손이라는 사실은 이미 고생물학계에서 확립된 진화적 관계지만, 베이비 잉량은 골격의 형태가 아니라 알 속에서의 성장과 행동이라는 발달 과정에서도 두 집단 사이에 연속성이 존재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즉, 오늘날 새가 가진 여러 특징 가운데 일부가 성체의 해부학적 구조뿐 아니라 배아 단계의 행동에서도 공룡으로부터 이어졌을 수 있다는 것이다.


베이비 잉량의 사례는 화석이 단순히 오래된 생물의 뼈를 보존하는 기록이 아니라는 점도 보여준다. 알 속에 갇힌 배아의 자세 하나가 당시 동물이 어떻게 성장했고, 부화를 위해 어떻게 몸을 움직였으며, 오늘날의 새와 어떤 발달적 연결을 갖고 있는지를 추적하는 단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2026년 8월 14일 ‘Nature is Amazing’의 X 게시물로 다시 주목받은 베이비 잉량은 새로운 발견이라기보다 2021년 발표된 중요한 고생물학 연구가 소셜미디어를 통해 재조명된 사례에 가깝다. 하지만 수천만 년 동안 알 속에 보존된 이 작은 공룡의 모습은 여전히 강력한 메시지를 던진다. 새의 부화 직전 자세는 오늘날 갑자기 나타난 행동이 아니라, 공룡의 알 속에서 이미 그 기원을 갖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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