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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하마 바닷속 ‘비미니 로드’는 아틀란티스의 흔적일까…과학이 밝혀낸 돌길의 정체

  • 윤재훈 기자
  • 입력 2026.08.15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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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하마 북비미니섬(North Bimini Island) 서쪽 해저에 자리한 이른바 ‘비미니 로드(Bimini Road)’ [사진=Fascinating X]

 

카리브해 바하마의 맑고 투명한 바닷속에는 마치 누군가 거대한 돌을 정교하게 깔아놓은 것처럼 보이는 구조물이 있다. 바하마 북비미니섬(North Bimini Island) 서쪽 해저에 자리한 이른바 ‘비미니 로드(Bimini Road)’이다. 길게 이어진 직사각형 모양의 석회암 블록 때문에 고대 문명이 만든 도로 또는 항구의 흔적이라는 주장이 수십 년 동안 이어져 왔으며, 일부에서는 전설 속 아틀란티스와 연결하기도 했다.


Fascinating이 8월 15일 엑스(X)에 올린 게시물도 이러한 논쟁을 소개하면서 비미니 로드가 고대 문명으로 이어지는 길일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축적된 지질학적 연구를 종합하면, 비미니 로드를 인간이 건설한 인공 구조물로 볼 만한 결정적인 증거는 확인되지 않았다. 오히려 지질학계에서는 이 구조물이 열대 해안에서 자연적으로 형성되는 ‘비치록(beachrock)’이 침식과 균열을 거치면서 만들어진 자연 지형이라는 설명에 훨씬 강한 근거가 있다. 


바닷속에 놓인 ‘돌길’


비미니 로드는 북비미니섬 해안에서 약 5~7m 깊이의 바닷속에 있으며, 약 800m에 걸쳐 이어지는 선형 구조로 알려져 있다. 커다란 석회암 덩어리들이 비교적 평평한 형태로 이어져 있어 위에서 바라보면 마치 포장도로 또는 거대한 돌담처럼 보인다.


특히 블록의 모서리가 대체로 직선적이고 일정한 방향으로 배열된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오래전부터 인공 구조물이라는 해석이 등장했다. 하지만 비슷한 형태의 자연적인 암석 배열은 카리브해와 세계 여러 지역에서 확인된다. 비미니 로드를 연구한 지질학자들은 이곳의 암석이 바하마 해안에서 흔히 발견되는 비치록과 같은 특성을 가진다는 점에 주목했다. 


비치록은 해변의 모래와 조개껍데기 등 탄산염 물질이 굳어 만들어진 암석이다. 열대 해안에서는 해수와 담수의 순환, 증발, 탄산칼슘의 침전 등이 반복되면서 해안 퇴적물이 비교적 빠르게 단단한 암석으로 변할 수 있다. 비미니 지역을 대상으로 한 지질학 연구에서도 해수에서 유래한 탄산칼슘이 침전해 비치록을 형성할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


왜 직사각형 돌처럼 보일까


비미니 로드가 인공적으로 만들어졌다는 인상을 주는 가장 큰 이유는 암석의 형태다. 그러나 지질학적으로 직선과 직각에 가까운 균열을 따라 암석이 갈라지는 현상은 드문 일이 아니다.


비치록이 형성된 뒤 해안선이 후퇴하고 파도와 조류가 주변의 부드러운 퇴적물을 제거하면, 단단한 암석층에 이미 존재하던 균열을 따라 커다란 덩어리가 분리될 수 있다. 이후 침식이 계속되면서 모서리가 둥글게 깎이고, 무거운 암석 블록이 아래쪽의 단단한 기반암 위에 남게 되면 일정한 방향성을 가진 암석 포장이 형성될 수 있다.


지질학자 유진 A. 신(Eugene A. Shinn)은 비미니 로드를 비롯한 카리브해의 여러 해저 비치록을 비교하면서 이러한 구조가 자연적으로 형성될 수 있음을 설명했다. 그는 비미니의 암석 배열이 인공적으로 쌓은 돌이 아니라 자연적으로 형성되고 균열된 비치록이라는 결론을 제시했다. 


실제로 비슷한 형태의 비치록은 바하마의 다른 지역뿐 아니라 카리브해 여러 섬과 미국 플로리다 주변에서도 발견된다. 따라서 ‘규칙적인 직사각형 돌이 이어져 있다’는 사실만으로 인간의 건축물이라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


1970년대 조사에서 드러난 암석의 내부


비미니 로드 논쟁에서 중요한 것은 겉모습보다 암석 자체를 조사한 결과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의 지질학자 유진 신과 연구자들은 1970년대 현장을 조사하고 비미니 로드의 대형 암석 일부에서 코어를 채취했다. 조사 결과 암석은 해변에서 형성되는 비치록의 특성을 보였다.


이후 관련 연구는 비미니 로드의 암석이 조개껍데기와 탄산염 입자가 포함된 퇴적물로 구성돼 있으며, 그 안에서 탄산염 시멘트가 입자들을 결합시키는 전형적인 비치록 구조를 보인다고 설명했다. 1980년 Nature에는 마셜 맥커식(Marshall McKusick)과 신이 비미니와 아틀란티스에 관한 기존 주장을 재검토한 연구를 발표하기도 했다. 


이 연구들은 비미니 로드가 고대 건축물을 해저에 세운 결과라기보다, 열대 해안에서 자연적으로 형성된 암석층이 해수면 변화와 해안 침식 과정에서 현재와 같은 모습을 갖게 됐다는 설명을 뒷받침했다.


방사성탄소 연대 측정도 ‘고대 도시’를 가리키지 않는다


비미니 로드의 연대 역시 아틀란티스설에서 중요한 쟁점이었다.


과거 연구에서는 비미니 로드에서 채취한 시료에 대해 방사성탄소 연대 측정이 이뤄졌다. 일부 시료에 포함된 조개류는 약 3,500년 전의 연대를 나타냈고, 이를 결합시키는 탄산염 시멘트는 약 2,800년 전의 연대를 보였다. 이는 비치록을 구성하는 퇴적물이 먼저 쌓이고 이후 탄산염 시멘트가 형성됐다는 지질학적 과정과 부합한다. 


이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비미니 로드의 암석이 수천 년 전 형성됐다는 사실 자체는 ‘고대 문명’의 존재를 입증하지 않는다. 오히려 해당 지역의 해안 퇴적물과 비치록이 홀로세 동안 형성되고, 이후 해안 침식과 해수면 변화에 따라 현재의 해저 위치에 놓였다는 지질학적 시나리오와 연결된다.


특히 바하마 북비미니의 홀로세 석회암층을 조사한 에릭 다보(Eric Davaud)와 앙드레 스트라서(André Strasser)의 연구는 해안 퇴적물이 쌓이고, 담수 및 해수의 영향을 받아 굳어지고, 이후 침식되면서 비치록이 노출되고 분리되는 과정을 상세하게 제시했다. 


아틀란티스 전설과 연결된 이유


그렇다면 왜 비미니 로드는 아틀란티스와 연결됐을까.


그 배경에는 미국의 신비주의자 에드거 케이시(Edgar Cayce)의 예언이 있다. 20세기 중반 이후 일부 연구자와 대중은 케이시가 아틀란티스의 흔적이 비미니 인근에서 발견될 것이라는 취지의 예언을 남겼다고 주장했고, 1968년 비미니 해저에서 발견된 돌 구조물이 그 예언과 연결되면서 ‘아틀란티스의 도로’라는 이야기가 널리 퍼졌다.


이후 관광과 대중문화에서도 비미니 로드는 잃어버린 문명의 흔적이라는 이미지로 소비됐다. 그러나 전설과 고고학적 증거는 구분해야 한다. 지금까지 비미니 로드에서 발견된 암석의 성격이나 배열만으로 아틀란티스라는 문명의 존재를 입증할 수 있는 고고학적 증거는 제시되지 않았다. 지질학 연구는 오히려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비치록이라는 설명을 지지한다. 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도로’가 더 흥미로운 이유


비미니 로드의 과학적 가치는 아틀란티스와 관련이 있느냐에만 있지 않다. 오히려 이곳은 열대 해안에서 퇴적물이 어떻게 암석으로 변하고, 해수면 변화와 침식이 어떻게 해저 지형을 재구성하는지를 보여주는 자연 지질학 실험장에 가깝다.


바하마는 탄산염 퇴적물이 풍부한 지역이다. 산호, 조개, 석회질 생물의 잔해 등이 얕은 바다와 해변에 쌓이고, 이후 탄산칼슘이 침전하면서 퇴적물이 굳어진다. 이러한 과정이 반복되면 넓은 석회암층과 비치록이 만들어진다. 


해안선이 이동하고 침식이 진행되면 이 암석층은 갈라져 커다란 판상 블록으로 분리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인간이 돌을 잘라 배치한 것처럼 보이는 기하학적인 지형이 만들어진다.


즉, 비미니 로드의 ‘수수께끼’는 반드시 사라진 문명의 흔적이어야만 흥미로운 것은 아니다. 자연의 퇴적·시멘트화·균열·침식이라는 과정만으로도 인간이 만든 구조물과 매우 흡사한 지형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지질학적으로 중요한 현상이다.


현재 과학이 말하는 비미니 로드


비미니 로드를 둘러싼 논쟁은 여전히 대중문화에서 반복되고 있지만, 과학적 증거의 무게는 상당히 분명한 방향을 가리킨다.


현재까지 발표된 주요 지질학 연구에서 비미니 로드는 자연적으로 형성된 비치록이 균열과 침식을 거쳐 만들어진 해저 암석 지형으로 설명된다. 여러 지질학자가 현장을 조사했고, 암석 시료와 주변의 홀로세 퇴적층을 분석했으며, 바하마의 다른 지역에서 비슷한 자연 지형도 확인됐다. 


반면 아틀란티스의 흔적이라는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고대 건축물의 명확한 흔적이나 인공적인 절단·가공의 결정적 증거는 현재까지 확인되지 않았다.


따라서 8월 15일 Fascinating의 게시물이 던진 ‘잃어버린 문명으로 향하는 길인가’라는 질문은 흥미로운 상상력을 자극하지만, 현재의 학술적 증거만 놓고 보면 비미니 로드를 아틀란티스의 도로라고 부를 근거는 부족하다.


오히려 바닷속에 줄지어 놓인 거대한 돌들이 인간의 손길 없이도 만들어질 수 있다는 사실이 이 장소의 진정한 과학적 매력에 가깝다. 수천 년 동안 해안과 바다가 반복해서 만들어낸 지질학적 과정이 마치 고대 건축물처럼 보이는 풍경을 만들어냈고, 그 모습이 오늘날까지 아틀란티스라는 전설과 과학 사이의 흥미로운 경계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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