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산불이 만들어낸 거대한 구름이 연기를 대기 상층부와 성층권까지 밀어 올릴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산불과 대기 상층부의 상호작용을 집중적으로 관측하고 있다.
NASA Earth는 19일 공식 엑스(X)를 통해 NASA 항공기들이 산불로 발생한 연기가 ‘연기 주입형 적란운(pyrocumulonimbus·pyroCb)’에 의해 높은 고도로 이동하는 현상을 관측하고 있다고 밝혔다. NASA는 이러한 구름이 지구의 오존층과 에너지 수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조사하기 위해 ‘INSPYRE’ 임무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파이로큐뮬로님버스(pyroCb)’는 대규모 산불에서 발생한 강한 열과 상승기류가 주변의 수증기와 결합하면서 형성되는 거대한 적란운이다. 일반적인 연기 기둥과 달리 강한 대류를 동반하면서 연기와 입자, 가스를 대기 높은 곳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
NASA 지구관측소에 따르면 최근 미국 유타주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에서도 이러한 현상이 관측됐다. NASA의 아쿠아(Aqua) 위성에 탑재된 MODIS는 2026년 8월 2일 유타주의 와이드마우스 2(Widemouth 2) 산불에서 발생한 pyroCb를 촬영했다. 당시 구름 꼭대기의 밝기온도는 섭씨 영하 40도보다 낮게 측정됐으며, 이는 pyroCb를 식별하는 데 활용되는 대표적인 기준 가운데 하나다.
NASA는 대형 pyroCb가 단순히 산불 연기를 하늘 높이 퍼뜨리는 현상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강력한 대류를 통해 입자와 가스가 대류권 상층부를 지나 성층권까지 도달할 경우 연기가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장기간 머물 수 있기 때문이다. NASA는 이러한 성층권 연기가 오존층과 지구의 에너지 수지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번 연구의 핵심은 NASA의 ‘INSPYRE(INjected Smoke and PYRocumulonimbus Experiment)’ 임무다. NASA가 공개한 연구계획서에 따르면 INSPYRE는 대형 산불과 pyroCb의 발생 과정부터 연기가 상층 대기로 이동하는 과정, 이후 성층권의 화학적·물리적 변화까지 종합적으로 조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연구진은 특히 산불의 규모와 강도가 커질 경우 pyroCb를 통한 성층권 연기 주입도 증가할 수 있는지를 검증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NASA의 ER-2와 WB-57 항공기, 지상 관측 장비 등을 활용해 산불과 구름, 연기 입자의 특성 및 방사선 흐름 등을 측정한다. 2026년과 2027년에 걸쳐 북미 서부 지역에서 항공 관측을 수행하는 계획도 마련돼 있다.
NASA 연구계획서는 pyroCb가 성층권에 주입한 연기가 장기간 머물면서 지구 규모로 이동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특히 검은탄소와 유기 에어로졸 등 연기 입자는 태양복사를 흡수해 해당 고도에서 대기를 가열하는 동시에 지표면에는 냉각 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 이 같은 변화는 성층권의 대기 흐름과 복사수지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오존층과의 관계도 주요 연구 대상이다. NASA 연구계획서는 성층권으로 이동한 산불 연기 입자가 화학반응을 통해 성층권 오존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연구진은 연기 입자와 성층권 오존 사이의 화학적 상호작용을 관측해 산불 연기가 오존층에 미치는 영향을 보다 정확하게 파악한다는 계획이다.
NASA는 이미 대형 산불이 성층권까지 연기를 주입할 수 있다는 사실을 여러 관측을 통해 확인해 왔다. NASA에 따르면 최근 수십 년 동안 산불이 화산과 마찬가지로 대기 상층부에 대규모 입자를 주입할 수 있다는 사실이 명확해졌으며, 대형 pyroCb에서 발생한 연기는 번개와 우박, 강한 비를 동반하는 등 지상에서도 위험한 기상현상을 만들어낼 수 있다.
INSPYRE가 주목하는 또 다른 부분은 산불 자체의 위험성이다. pyroCb가 형성되면 강한 상승기류와 하강기류, 번개, 우박 등이 발생할 수 있고, 일부 경우에는 새로운 화재를 일으키거나 산불의 확산을 더욱 어렵게 만들 수 있다. 강한 상승기류는 산불 진화에 투입되는 항공기에도 위험요인이 될 수 있다.
이번 NASA 관측은 산불을 단순히 지표면에서 발생하는 재난으로 보는 기존 관점에서 벗어나, 산불이 대기권 전체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려는 연구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기후변화와 함께 대형 산불의 발생 가능성과 강도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산불이 만들어내는 거대한 화재 구름이 얼마나 많은 연기를 성층권으로 끌어올리는지, 그 연기가 오존과 지구 에너지 수지에 어떤 변화를 일으키는지를 규명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NASA는 INSPYRE를 통해 이러한 과정을 실제 대기에서 직접 측정하고, 향후 산불 및 대기환경 예측 능력을 높이는 데 필요한 자료를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결국 NASA가 추적하는 것은 단순한 ‘산불 연기’가 아니다. 거대한 산불이 자체적으로 강력한 대류 구름을 만들어 연기를 대기권 상층부로 밀어 올리고, 그 결과 지구의 대기 구성과 복사환경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는 일련의 과정이다. 이번 연구는 산불과 기후, 대기 화학, 오존층 사이의 연결고리를 보다 정밀하게 이해하기 위한 중요한 관측으로 평가된다.
BEST 뉴스
-
NASA 과학자 델리아 산티아고-마테레세, 지구 생물 연구에서 토성 위성 타이탄까지
▲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프로그램 과학자 델리아 산티아고-마테레세(Delia Santiago-Materese). [사진=NASA Science X / NASA·Noelia González] 지구의 생물에서 우주의 미세중력 환경으로, 다시 화성의 대기를 거쳐 토성의 위성 타이탄까지. 서로 멀어 보이는 연구 분야를 하나의 ... -
탄소와 탄소를 연결하는 기술…스즈키 반응이 넓혀온 분자의 가능성
▲ 2010년 노벨 화학상을 받은 일본의 화학자 아키라 스즈키(Akira Suzuki) [사진=The Nobel Prize X] 서로 떨어져 있는 탄소 원자를 연결해 새로운 분자를 만들어내는 화학반응이 있다. 바로 ‘스즈키 반응(Suzuki reaction)’이다. 다양한 유기화합물... -
AI 시대 개발협력 방향은…서울 ODA 국제회의서 ‘포용적 AI’ 해법 논의
▲ 외교부와 코이카(KOICA·한국국제협력단)가 18일 여의도 콘래드 서울 호텔에서 ‘포용적이고 지속 가능한 개발을 위한 AI’를 주제로 공동 주최한 ‘제19회 서울 ODA 국제회의’에서 랜드리 시녜(Landry Signé) 썬더버드 국제경영대학원 교수가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한국국제협력단] &... -
더존비즈온, ‘CAIO Summit 2026’서 기업 AI 전환 전략 제시
▲ 더존비즈온 공동대표 지용구 사장이 18일 서울 삼성동 웨스틴 서울 파르나스 호텔에서 열린 CAIO Summit 2026에서 ‘AI-Native Enterprise 시대, 기업 운영의 새로운 기준’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사진=더존비즈온] 기업의 인공지능(AI) 활용이 개별 솔루션 도입에서 실제 업무... -
편광으로 본 비타민 C의 또 다른 얼굴…1937년 두 노벨상으로 이어진 연구
▲ 편광을 이용해 촬영한 비타민 C의 모습. 노벨상 공식 X는 17일 이 사진과 함께 비타민 C 연구로 이어진 1937년 노벨 생리의학상과 화학상의 역사를 소개했다. 사진은 게시물에 따르면 케빈 매켄지(Kevin Mackenzie), 애버딘대학교(University of Aberdeen)가 촬영했다. [사진=The Nobel Prize x]... -
아태 기업, 애플리케이션 개발·유지보수에 AI 확산…“속도보다 통제·안정성 함께 본다”
▲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인공지능 생성 이미지 [사진=Gemini 생성이미지] 아시아태평양 지역 기업들이 애플리케이션 개발과 유지보수 전 과정에 인공지능(AI)을 적용하면서 기존 IT 시스템의 현대화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순히 개발 속도를 높이는 것을 넘어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