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원전 3807~3806년 조성된 약 2㎞ 목조 보행로, 영국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 통행로 중 하나
- 물에 잠긴 이탄층 덕분에 수천 년간 보존, 신석기인의 이동과 목공 기술 보여주는 중요한 유적
약 6000년 전 영국 남서부의 광활한 습지에는 사람들이 물에 빠지지 않고 건널 수 있도록 만든 나무길이 있었다. 오늘날 ‘스위트 트랙(Sweet Track)’으로 불리는 이 길은 신석기시대 사람들이 자연환경에 적응하며 살아간 모습을 보여주는 영국의 대표적인 선사시대 유적이다.
역사 콘텐츠를 소개하는 ‘투데이 인 히스토리(Today In History)’는 27일 엑스(X)를 통해 스위트 트랙을 소개하며 “약 6000년 된 신석기시대 목조 보행로로, 고대 사람들이 습지대를 건널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고 전했다.
스위트 트랙은 영국 남서부 서머싯 레벨스(Somerset Levels)의 글래스턴베리(Glastonbury) 인근에 자리하고 있다. 현재는 평야와 습지가 펼쳐져 있지만 신석기시대에는 물과 갈대가 뒤섞인 습윤한 환경이었으며, 사람들이 이동하기 쉽지 않은 곳이었다.
당시 사람들은 이 습지를 건너기 위해 약 2㎞에 이르는 나무길을 만들었다. 폴든 힐스(Polden Hills)에서 당시 습지 속 섬과 같은 공간이었던 웨스트헤이(Westhay) 방향을 연결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놀라운 점은 이 길이 만들어진 시기를 상당히 정확하게 알 수 있다는 것이다.
고고학자들이 목재의 나이테를 이용하는 연륜연대측정법(dendrochronology)으로 분석한 결과, 스위트 트랙 건설에 사용된 나무는 기원전 3807년 겨울에서 기원전 3806년 이른 봄 사이에 벌채된 것으로 확인됐다. 지금으로부터 약 5800년 전으로, 일반적으로 약 6000년 된 길로 소개된다.
길을 만드는 방식도 단순하지 않았다. 당시 사람들은 물기가 많은 습지 바닥에 나무 말뚝을 비스듬히 박고 그 위에 긴 목재를 놓아 지지 구조를 만들었다. 다시 그 위에 참나무 판자를 길게 연결해 사람이 걸을 수 있는 보행로를 만들었다.
금속 도구가 없었던 신석기시대였다는 점을 생각하면 상당한 수준의 목공 기술이 필요했을 것으로 보인다. 나무를 선택하고 벌목한 뒤 운반하고 가공해 습지 위에 안정적으로 설치하는 과정에는 많은 노동력과 경험도 필요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스위트 트랙이 특히 중요한 이유는 길 자체뿐 아니라 주변에서 발견된 유물 때문이다.
발굴 과정에서는 돌도끼와 부싯돌 도구, 화살촉과 토기를 비롯해 나무 그릇과 주목으로 만든 핀 등 다양한 유물이 발견됐다. 물기가 많은 환경 덕분에 일반적인 유적에서는 쉽게 썩어 없어지는 목제품까지 남아 있어 당시 사람들의 생활상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자료가 되고 있다.
특히 알프스 지역에서 생산된 것으로 알려진 경옥 도끼(jadeite axe)가 발견된 점도 주목된다. 영국에서 멀리 떨어진 유럽 대륙에서 만들어진 물건이 이곳까지 이동했다는 점에서 신석기시대에도 상당한 거리의 교류가 이뤄졌음을 보여주는 단서로 평가된다.
일부 유물이 비교적 온전한 상태로 발견됐다는 점을 근거로 단순히 길을 걷다가 떨어뜨린 물건이 아니라 의도적으로 습지에 놓았을 가능성도 제기돼 왔다. 당시 사람들에게 습지가 이동 공간을 넘어 의례적인 의미를 가진 장소였을 가능성이다. 다만 유물을 남긴 정확한 의도는 확인할 수 없어 하나의 학술적 해석으로 남아 있다.
스위트 트랙 주변에는 이보다 더 오래된 목조 통행로의 흔적도 남아 있다.
‘포스트 트랙(Post Track)’으로 불리는 유적으로, 사용된 목재를 분석한 결과 기원전 3838년 무렵 만들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스위트 트랙보다 약 30년 앞선 시기다. 서머싯 습지에서는 이 밖에도 여러 선사시대 목조 통행로가 발견돼 당시 사람들이 습지를 지속적으로 이동하고 이용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스위트 트랙이 수천 년의 시간을 견디고 오늘날까지 남을 수 있었던 것은 역설적으로 물 때문이다.
길이 사용되지 않게 된 뒤 목재가 물에 잠긴 이탄(peat)층 속에 묻혔고, 산소가 부족한 환경이 나무를 분해하는 미생물의 활동을 억제했다. 덕분에 일반적인 환경이라면 오래전에 썩어 사라졌을 목재가 수천 년 동안 보존될 수 있었다.
유적은 1970년 이 지역에서 이탄을 채취하는 과정에서 발견됐다. ‘스위트 트랙’이라는 이름도 발견에 관여한 레이 스위트(Ray Sweet)의 이름에서 유래했다.
발견 이후 고고학자들은 목재와 주변의 꽃가루, 식물 흔적 등을 분석하면서 당시 서머싯 지역의 자연환경과 신석기인의 생활을 복원해 왔다. 이를 통해 스위트 트랙은 단순히 오래된 나무길을 넘어 초기 농경사회 사람들이 자연을 어떻게 이용하고 이동했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고고학적 기록으로 자리 잡았다.
오늘날에는 이 길을 수천 년 동안 보존해온 습지 자체를 지키는 일도 중요해지고 있다. 습지의 지하수위가 낮아지면 물속에 있던 목재가 공기에 노출돼 빠르게 부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영국에서는 섀프윅 히스 국립자연보호구역(Shapwick Heath National Nature Reserve)을 중심으로 습지의 수위를 관리하면서 남아 있는 유적을 현장에서 보존하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약 6000년 전 신석기인들이 습지를 건너기 위해 놓았던 나무판자는 오늘날 당시 사람들의 기술과 이동, 교류를 보여주는 기록이 됐다. 동시에 스위트 트랙은 자연환경이 어떻게 인류의 흔적을 수천 년 동안 보존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 환경을 지키는 일이 문화유산 보존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BEST 뉴스
-
제36차 성지순례, 양화진 외국인 선교사 묘원 및 한국 천주교 절두산 순교성지를 찾아서
▲ 양화진 역사공원의 모습. photo by AI 서울의 길은 단순한 길이 아니다. 한 걸음씩 걷다 보면 왕조의 역사와 근대화의 흔적, 독립운동의 기억, 종교적 신념과 희생의 역사가 한 공간 안에서 서로 만나기도 한다. 오는 9월 13일 일요일 오후 2시, 합정역 8... -
[연재를 시작하며] 바다를 지키던 눈으로, 국토의 물길과 옛길을 걷다
“바다를 지켜야만 강토가 있고, 강토를 지켜야만 조국이 있다.” 해군가에 흐르는 이 한 구절을 가슴에 품고 36년 동안 바다에서 대한민국을 지켰습니다. 이제는 무거운 제복과 군모 대신 가벼운 옷을 입고, 거친 군함 대신 대중교통과 두 발에 의지해 제가 목숨 바쳐 지켜온 조국의 땅과 물길을 ... -
치과의사가 만든 AI 콘텐츠 100만 뷰…치아모아 미디어랩, 콘텐츠 사업 확대
▲ 치아모아 미디어랩이 제작한 실사형 AI 콘텐츠 ‘불량치과(歯科上等)’. 의료인 공감형 콘텐츠와 패러디, 자체 캐릭터 기반 영상 등 다양한 포맷을 선보이고 있으며, 일부 콘텐츠는 인스타그램에서 100만 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사진=치아모아 미디어랩] 치과의사가 직접 ... -
시립금천청소년센터, 여름방학 문화예술탐험으로 청소년 창의성과 감수성 키워
▲시립금천청소년센터는 서울특별시 여름방학 청소년 동행캠프의 일환으로 지난 7월 27일부터 8월 7일까지 2주간 ‘문화예술탐험대: 아트(Art Traveler)’를 운영했다. [사진=시립금천청소년센터] 청소년들이 미술관과 자연, 디지털 기술, 창작활동을 직접 경험하며 문화예술에 대한 ... -
모두투어, 중국 샤먼 테마여행 기획전 출시…도시·문화·미식·휴양 한 번에
▲ 중국 남동부의 해안도시 샤먼(하문) [사진=모두투어] 중국 여행의 관심 지역이 유명 관광지를 중심으로 한 전통적인 관광에서 도시의 역사와 건축, 문화유산, 미식과 휴양을 함께 경험하는 형태로 확대되는 가운데 모두투어가 중국 남동부의 해안도시 샤먼(하문)을 새로운 테마 ... -
히말라야를 물들인 푸른 꽃…신비로운 색감의 ‘블루포피’
▲ 푸른빛의 꽃잎에 노란 수술이 어우러진 블루포피(Blue poppy) 모습. [사진=Nature Pathway X] 깊고 선명한 푸른빛의 꽃잎에 노란 수술이 어우러진 블루포피(Blue poppy)가 눈길을 끈다. 흔히 히말라야의 고산지대에서 만날 수 있는 꽃으로 알려진 이 식물은 독특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