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의 휴전 종료를 공식 선언하고 이란 역시 "항복은 없다"며 강경 대응 방침을 밝히면서 중동 정세가 다시 중대한 분기점을 맞고 있다. 양측은 군사적 압박을 강화하는 동시에 대화의 문은 열어두고 있어, 협상과 충돌이 병행되는 불안정한 국면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 언론과 국제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자신의 SNS인 트루스소셜을 통해 "이란이 대화를 계속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미국은 휴전이 종료됐음을 분명히 통보했다"고 밝혔다. 이는 앞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에서 "종전 양해각서(MOU)는 사실상 끝난 것 같다"고 언급한 데 이어 휴전 종료를 공식화한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호르무즈 해협에서 발생한 상선 공격과 해상 위협을 이란의 휴전 합의 위반으로 판단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군사적 대응과 경제 제재를 병행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미국 재무부는 이란 최고지도자 측 핵심 자금 조달망에 대한 추가 제재를 발표했고, 이란산 원유 거래를 겨냥한 제재도 다시 강화했다.
이에 대해 이란은 강하게 반발했다.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은 "전쟁을 끝내는 것이 목표이지만 이란이 항복하는 방식의 종전은 결코 있을 수 없다"며 "미국이 다시 공격한다면 전면적인 방어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에스마일 바가에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도 "미국과의 협상을 요청한 적이 없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을 부인했다. 다만 카타르가 주도하는 중재 노력에는 계속 참여하고 있다고 밝혀 외교적 접촉 자체는 유지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국제 외교가에서는 이번 갈등의 핵심 원인으로 호르무즈 해협 관리 조항을 둘러싼 해석 차이를 지목하고 있다.
지난달 체결된 종전 양해각서(MOU)는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한 항행을 보장하고 기뢰 제거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도록 규정했다. 그러나 미국은 이를 국제 선박의 자유로운 항행을 보장하는 조항으로 해석하는 반면, 이란은 자국이 해협의 통제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란은 최근 자국이 지정한 항로를 벗어난 선박에 대해 경고와 공격을 이어가고 있으며, 미국은 이를 명백한 합의 위반으로 규정하고 공습과 추가 제재로 대응하고 있다.
이 같은 해석 차이는 양국 간 불신을 더욱 키우면서 휴전 체제를 사실상 무력화시키는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다.
다만 양국 모두 협상의 가능성을 완전히 포기한 것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Axios)는 복수의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과 이란이 다음 주 스위스에서 추가 협상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카타르 중재단 역시 미국과 사전 조율을 거쳐 테헤란을 방문해 양측 간 의견 조율을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 소식통들은 미국과 이란 모두 기존 MOU 체제로 복귀하는 것이 최종 목표라는 점에는 공감하고 있지만, 최근 군사 충돌과 상호 비난으로 신뢰가 크게 훼손된 만큼 즉각적인 합의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향후 협상의 핵심 의제로 미국은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한 항행 보장과 핵 협상 재개를, 이란은 추가 공습 중단과 경제 제재 완화를 각각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한다.
국제사회는 호르무즈 해협이 세계 원유 해상 운송의 핵심 통로인 만큼 양측의 군사적 충돌이 장기화될 경우 국제 유가와 글로벌 공급망, 금융시장에도 상당한 충격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외교가에서는 현재 상황을 "휴전은 종료됐지만 협상은 계속되는 역설적인 국면"으로 평가하며, 향후 스위스 회담과 카타르의 중재 성과가 중동 정세의 향방을 결정할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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